‘등산로 성폭행 살인’ 최윤종 무기징역 확정
‘등산객 살해’ 20대, ‘서현역 난동’ 최원종도
법원 “사형은 최후 수단으로 고려돼야”
이른바 ‘등산로 성폭행 살인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종에 대해 대법원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묻지마 살인’에 대해 검찰과 유족들의 ‘사형’ 선고 요구에도 법원이 잇따라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있다.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면서 법원의 사형 선고도 나오지 않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윤종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윤종은 지난해 8월 17일 서울 관악구의 한 산속 공원 둘레길 등산로에서 너클을 낀 주먹으로 30대 여성을 때리고,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았다. 피해자는 초등학교 교사로 방학 중 연수를 위해 등산로로 출근하다 변을 당했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사흘 만에 사망했다.
재판 과정에서 최윤종은 피해자의 목을 조른 적이 없고 단지 입을 막았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최윤종이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1심은 최윤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10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상정보 공개 및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제한,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연령과 성향, 가족관계 등 양형 요소를 종합하면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선고해 재범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유족에게 사과와 자신의 잘못을 참회할 시간을 갖게 해야 한다”고 했다.
2심도 최윤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그릇된 욕망 해소를 위해 흉악범행을 준비·실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범행을 멈추고 생명을 침해하지 않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살인에 이르러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는 재범 가능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생명 자체를 박탈해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수긍할 면은 있지만 사형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021년 7월 강원도 인제에서 일면식 없는 50대 여성 등산객을 잔혹하게 살해한 20대 이 모씨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됐다.
이씨는 2020년 7월 11일 인제군 북면 한 등산로 입구에서 50대 한 모씨를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판결에 불복한 이씨는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고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상고했고,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도 형이 가볍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하급심 재판부는 흉악범에 대해 무기징역을 잇따라 선고하고 있다.
수원고법 제2-1형사부(김민기·김종우·박광서 고법판사)는 지난 20일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피고인 최원종의 항소심에서 검찰측과 유가족의 ‘사형’ 선고 호소에도 불구하고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에 대해 매우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법원으로서는 사형의 특수성 및 엄격성, 다른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피고인의 범행 동기인 조현병 증세와 망상 정도 등을 고려해 피고인에 대한 사형 선고가 유일한 선택임을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정당화된 사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5월 과외 아르바이트 앱으로 알게 된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김태업)는 지난해 10월 선고 공판에서 “가족에 대한 원망과 처지에 대한 분노, 대학 진학·취업에서 계속된 실패 등에 따른 부정적 감정과 욕구가 살인 등 범행 욕구로 변해 타인의 생명을 도구로 삼아 그 욕구를 실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아직 20대인 정유정이 남은 인생살이 중 교화돼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됐다. 김영삼정부 막바지였던 1997년 12월 임풍식 등 사형수 23명에 대한 교수형을 집행한 이후 27년 가까이 단 한건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사형제도는 세 번째로 위헌 심사대에 올라와 있지만 몇년 째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그간 두 번의 헌법재판소는 사형에 대해 합헌으로 결론을 내렸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