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섭 검사 탄핵 소추 ‘기각’
헌재 “소추사유 특정 안돼”
‘처남 수사 무마’ 등 의혹
검찰수사, 뚜렷한 진척 없어
‘처남 마약사건 수사 무마’ 의혹 등이 제기된 이정섭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이 검사의 의혹 중 상당 부분 소추 사유가 특정되지 않았고, 일부는 직무집행과 무관해 탄핵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이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바 있다.
헌재는 국회가 제기한 소추 사유 중 △범죄경력조회 무단 열람 △리조트 이용 관련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수사 무마 의혹 등에 대해선 “행위의 일시 대상 상대방 등 구체적 양상, 직무집행과의 관련성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형식적 적법성을 갖추지 못한 소추 사유들에 대해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다.
또 코로나19 시기 리조트를 이용하면서 집합금지명령을 위반했다거나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직무집행과 관계없는 행위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죄 형사재판에서 증인을 사전 면담했다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헌법재판관 다수가 “증인신문 전 증인 면담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령의 규정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은 “검사라면 증인신문 전 증인 면담행위가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케할 수 있는 이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며 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헌법상 공익실현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이 검사를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검사는 탄핵심판과는 별개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아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지난해 11월 접대 의혹이 불거진 리조트를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지난 4월에는 이 검사 자택 등도 압수수색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헌재가 이 검사 탄핵소추를 기각한 사유의 상당부분이 사실관계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는 측면에서 검찰의 더딘 수사가 헌재의 기각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측 김유정 변호사는 “검찰이 감찰 중이라거나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전부 제출하지 않았다”며 “검사가 어떤 비위를 저지르더라도 자료가 헌재에 제출되지 않으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내용이 확인돼버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수사 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이 검사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도 검사는 탄핵대상이 아니라거나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는 이 검사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