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채 이자비용만 100조원 넘어서나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 방위비도 70조원 돌파
일본은행 기준금리 인상·국채매입 축소 영향
“국채 수급 비상, 금리 폭등으로 경제 악영향”
일본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국채 이자비용으로만 100조원 이상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도 역대 최대 수준인 70조원 규모를 넘어서고, 일본 정부의 내년 전체 예산도 1070조원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
일본 재무성은 29일 2025년도(2025년4월~2026년3월) 일반회계 부처별 요구액에서 국채비로 총 28조9116억엔(약 266조2500억원)을 책정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국채 이자비용에만 10조9320억엔(약 100조6700억원)을 계상했다. 국채 이자비용으로만 10조엔 이상 계상하는 것은 2015년 이후 10년 만이라고 지지통신은 분석했다.
재무성의 내년도 국채비 요구액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대비 7.0% 증가했고, 이자비용은 12.8% 늘어난 규모이다. 재무성이 이자비용으로 상정한 금리는 연 2.1%로 지난해 대비 0.2%p 올려 잡았다.
지지통신은 “일본은행이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고 금리를 억제했던 시기인 2016년부터 8~9조엔 규모였던 이자비용은 ‘금리가 있는 세계’의 부활로 내년에는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일본 내에서는 앞으로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고, 국채 매입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경우 수급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금까지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무제한 국채를 사들였던 일본은행의 역할이 줄어들면 시장에서 국채를 누가 사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30일 “방만한 재정운용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이냐”면서 “일본은행이 국채매입을 줄이면 누가 그만큼 사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는 일본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0.25%로 인상하고, 2026년 1분기까지 단계적으로 현재 매달 6조엔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던 것에서 3조엔으로 줄여나가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가장 큰손인 일본은행이 사주지 않는 대신 누군가 이를 소화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향후 2년 동안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 감소액(40조엔)과 정부의 신규발행액(70조엔)을 합쳐 최소 100조엔 규모가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신문은 “공급이 갑자기 늘어나면 국채가격은 폭락하고, 금리는 크게 오를 위험성이 크다”면서 “이에 따라 정부의 국채 이자비용은 더 늘어나고,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이자부담도 늘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국채시장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개인 및 해외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시중은행과 생명보험사 등이 더 사줄 수 있는 단기 국채 발행을 늘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재무성은 해외투자자를 위한 IR을 강화하기 위해 대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무라증권과 JP모건 등은 참여가 확정됐지만, 골드만삭스증권과 도이치증권 등은 참여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은 곧 일본 국채가 그만큼 매력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닛케이는 “일본 국채 잔액은 지난 30년간 5배 증가해 1000조엔을 넘었다”면서 “일본정부 장기국채는 미국과 영국, 한국 등의 채권가격에 비해 낮고, 재무성이 해외에서 투자자 대상의 홍보를 하면 일본 경제 및 재정상황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했다.
한편 일본 방위성은 2025년도 방위비 예산으로 사상 처음 8조엔(약 73조6700억원) 이상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의 올해 방위예산은 7조9000억엔을 넘었다. 일본 정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방위비 총액을 43조엔(약 396조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내년도 일본 정부 전체 예산규모는 117조엔(약 107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규모는 4년 연속 110조엔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