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증가세, 이달부터 큰폭 둔화 가능성

2024-09-02 13:00:19 게재

은행권, 각종 대출총량 제한조치 돌입

우리은행 "주택소유자에 주담대 금지"

8월까지 순증액은 문재인정부 때 수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이달부터 크게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가 추가되고, 은행권이 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1일 “주택소유자에 대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은행권이 내놓은 주담대 조이기 결정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로 평가받는다. 우리은행은 이번 조치와 관련 “투기적 수요는 억제하는 대신 꼭 필요한 실수요 중심으로 가계부채 관리를 효율화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내놓은 조치는 구체적으로 △1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수도권 주택구입 목적 대출 전면 중단 △전세자금대출 무주택자로 제한 △주담대 만기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 등을 담았다. 이 은행은 이러한 조치를 이달 9일 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이사 시기 불일치 등으로 인한 기존 주택의 처분 등에 대해서는 조건부로 허용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지난달 말 주담대 만기를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7월 시행에서 9월로 늦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스트레스 2단계 시행도 증가세를 늦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2단계 시행으로 연소득 6000만원인 경우 수도권 주담대 한도는 시행 전에 비해 5500만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예컨대 연소득 6000만원인 대출자가 은행권에서 4.0% 수준의 30년 만기 변동금리로 수도권에서 대출을 받으면 한도가 3억6400만원이다. 규제가 시행되기 전의 4억1900만원보다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여기에 금리가 더 높으면 대출 한도는 추가로 줄어든다. 실제로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지난달 30일 기준 연 3.850~5.736% 수준을 보였다. 이는 지난달 2일(연 3.030~5.204%)과 비교해 금리 하단은 0.820%p, 상단은 0.532%p 오른 수준이다.

이처럼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만기를 단축하면 자연스럽게 대출 총량 증가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 은행권이 총력으로 주담대 줄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9월 이후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5일 방송 프로그램에서 “앞으로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22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기자설명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위험신호를 보이고 있다”면서 “금융안정 측면에서 지금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에 의한 총량 규제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 연준이 이번달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는 상황에서 무한정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높게 가져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대 초반으로 낮아지는 추세이고,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도 지난달 3.420%로 전달보다 0.100%p 하락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되면 주담대 금리가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세계적인 금리 하락 국면을 고려하면 주담대 금리 하단이 다시 2%대에 들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집값을 잡지 못하면 인위적인 대출 축소에는 한계가 있다”며 “예대금리 차이 확대로 은행권만 이자장사로 돈번다는 비판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전달 대비 7조3234억원 증가했다. 올해 7월(7조5975억원) 증가액에 미치지 못하지만, 9월부터 시행하는 각종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막판 주담대 수요가 몰렸던 점을 고려할 때 30~31일 이틀치를 포함하면 역대 최고치를 넘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주담대 규모는 역대 8월 순증액을 살펴봐도 역대급이다. 한국은행이 매달 은행권 주담대 순증액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8월(7조원)이 가장 많았는 데 5대 은행만으로 이를 넘어섰다. 올해 8월까지 누적 순증 규모도 39조4000억원으로 '미친 집값'으로 불리며 대출이 폭증했던 2020년(42.3조원), 2021년(42.3조원)과 맞먹는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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