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가 납품검수 “불이익” 논란

2024-09-02 13:00:41 게재

업체 “법적 근거 없고 공정성 의심” … 서울시 “추가 업무 지시로, 법적 문제 없어”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사업을 수행한 업체가 발주기관 공무원들이 결과물 검수를 경쟁업체에 맡겨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해당 기업은 자치단체가 이를 근거로 자신들을 징계까지 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일 측량전문기업인 A사는 “용역의 최종 준공을 위한 사업 검수를 경쟁 업체가 실시하고 있어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A사는 4개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2021년 5월 서울시와 ‘2021년 하수도관리전산시스템 유지관리, 기능고도화 및 하수도관리전산시스템 데이터베이스(GIS DB) 정확도개선’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A사 컨소시엄은 2022년 10월 결과물을 서울시에 납품했지만 현재까지 최종 준공 판정을 받지 못해 용역비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는 성과 납품이 지연되고 또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계약해지와 함께 부정당업체로 지정해 입찰참가를 제한하는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준공 적합성을 판단하는 품질검사는 발주기관 공무원이 수행하도록 지방계약법에 규정돼 있고, 예외적으로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경우에는 법령이 정한 입찰절차에 따라 용역계약을 체결해 진행해야 한다”면서 “전문기관도 아니고 자격도 없는 경쟁 업체에 입찰 절차와 용역계약 체결 없이 내부 업무 지시로 검수를 진행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엄연히 지방계약법령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열린 서울시 계약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이 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감리업체도 아니고 감리 계약을 한 것도 아니고 그 업체도 그냥 이런 비슷한 용역을 시행하는 업체인데 그 업체가 검수해 불합격 판정을 하고 이런 게 가능하냐”고 지적했다.

잇단 논란에도 서울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3년 사업 용역의 과업 중에는 성과품 DB 검수·탑재 공정이 있으며, 해당 공정과 관련해 2023년 사업 계약업체인 B사에게 추가 과업을 지시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업무지시”라며 “2021년 성과품을 검수의뢰한 것은 검수결과 오류가 없을 경우 B사가 이를 서울시 하수도시스템 DB에 탑재해야 하기 때문이며, 탑재 전 해당 기간의 검수를 하는 것은 정당하고 해당 검수 과정에는 법적·행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업무 담당자가 실시한 초기 검수에서 너무 많은 오류가 확인돼 업무 대행을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주장에 A사는 반발한다.

A사 관계자는 “오류가 많아 검수를 위탁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서울시는 납품 전부터 B사와 검수를 준비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기관이 아닌 업체에게 검사나 검수를 맡길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 “내부 업무 지시 지침에 의해 업체에게 맡겼다는 것 자체가 지방계약법 17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계약법 17조 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계약당사자가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끝내면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계약서·설계서 및 그 밖의 관계서류에 따라 이를 검사하거나 소속 공무원 등에게 위임하여 검사하게 하여야 한다. 다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계약의 경우에는 전문기관을 따로 지정하여 검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A사와 유사한 해석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계약일반조건에서 의미하는 추가업무라는 것은 특정계약건에서 계약상대방 또는 계약상대방의 협력업체가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기본과업에 더해 업무를 추가하는 것”이라며 “계약상대자가 아닌 제3자에게 검수 업무를 위탁하는 것을 추가업무라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A사는 이번 사업 성과물의 경우 공공측량 성과심사를 거친 것이라 오류 가능성도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측량 성과심사는 공간정보의 구축과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의 위임을 받은 측량성과 심사수탁기관의 심사업무 및 지정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공간정보품질관리원에서 실시한다.

이는 성과물에 대해 공공측량시행자가 제출한 공공측량성과 자료에 대해 그 내용과 정확도를 확인하는 심사절차다. 즉, 정부 산하기관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가지고 성과물에 대한 내용과 정확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성과심사를 통과하면 사업 이행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A사의 결과물 중에는 라이다 촬영이라는 공정이 있는데 이는 공공측량 성과심사시 검수 대상이 아니다”며 “성과심사는 전체 성과품 중 일부만 검수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A사는 지난 7월 초 감사원에 기업불편신고를 했다. 현재 감사원은 서울시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A사를 대상으로 민원인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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