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직접 겨냥한 검찰
압수수색영장에 ‘뇌물 혐의 피의자’ 적시
딸 부부와 ‘경제공동체’ 입증이 관건 전망
‘보복수사’ 반발에 검 “적법하게 신중 수사”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 모씨의 항공사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전 정부 수사를 이어온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면서 파장을 낳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방검찰청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서울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제시한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2억2300만원 상당의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적시했다.
이 사건은 2018년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대가로 자신이 설립한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전무이사로 특혜 채용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서씨는 타이이스타젯 취업 후 가족과 태국에 머물며 2018~2020년 월급 800만원과 빌라 임차료 340만원 등 총 2억23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지원해오던 생활비가 서씨 취업 후 중단됐다는 점에서 서씨가 받은 월급과 빌라 임차료 등을 이 전 의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민의힘과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게임회사에 근무한 적은 있으나 항공업계 경력이 없던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하자 지난 2020년 9월~2021년 4월 4차례에 걸쳐 서씨의 취업과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 경위의 대가성을 규명해달라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던 검찰 수사는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창수 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전주지검에 부임하면서 본격화됐다.
검찰은 조현옥 전 인사수석을 피의자로 입건해 관련 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최근 문 전 대통령 부부의 금융계좌를 압수수색해 자금 흐름을 분석하고 있다. 또 지난달 20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31일에는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탈원전 의혹’ 등 전 정부와 관련된 의혹들을 수사해 문재인정부 인사들을 줄줄이 재판에 넘겼지만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선 직접 조사를 하거나 기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씨의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만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문 전 대통령이 서씨를 취업시켜주는 대가로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했는지, 또 문 전 대통령과 다혜씨 부부를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검찰 수사의 핵심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무원 가족이 받은 것을 공무원 본인에 대한 뇌물로 보려면 경제생활을 함께 한 경제공동체라는 사실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을 곽 전 수석에 대한 뇌물로 보고 기소했으나 1심 재판부는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곽 전 수석이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도 있다”면서도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곽 전 수석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받은 이익을 곽 전 수석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야권은 검찰 수사를 “국면전환용 정치 보복”, “김건희 여사 수사 물타기”라 비판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주지검은 “법원으로부터 적법하게 발부받은 영장 등에 기초해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사건은 이스타항공 운영을 둘러싼 각종 혐의의 연장선상에서 순차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건으로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