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임차기간 제한 “문제 없다” 왜?

2024-09-02 13:00:47 게재

대법 “재건축 이유로 제한, 정당”

“임차인 권리금 회수 방해 아냐”

건물주가 신규 임차인의 임차기간을 제한해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고 원심이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뒤집었다. 임차기간 제한이 재건축 계획 때문이고, 건물주의 재건축 의사에 진정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일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4월 서울 강서구의 한 건물 주인 B씨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음식점을 운영했다.

A씨는 2022년 8월 C씨에게 점포 시설과 권리 일체를 권리금 7000만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고 B씨에게 “C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B씨는 “건물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어 앞으로 3년까지만 건물을 임차할 수 있다”고 알렸고, 이에 A씨와 C씨 간 권리금 계약은 해지됐다.

이후 A씨는 B씨가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C씨와 임대차 계약 체결을 거절해 자신이 권리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사건의 쟁점은 B씨가 재건축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거절한 것이 상가임대차법에서 규정한 A씨의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였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정당한 사유없이 방해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B씨가 재건축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보고 손해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재건축에 따른 공사시기나 소요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상가 건물 재건축은 임대인의 건축자금 조달방법과 건축계획 등에 크게 좌우되는데, 피고는 원고에게 신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경우 임차 기간이 3년을 넘을 수 없다는 일방적인 입장 만을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재건축 의사의 진정성이 있다고 보이며, 신규 임차인에게 불합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건물 내구연한 등에 따른 철거·재건축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그 계획·단계가 구체화되지 않았는데도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짧은 임대 가능기간만 확정적으로 제시·고수하는 경우, 또는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고지한 내용과 모순되는 정황이 드러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철거·재건축 계획과 그 시점을 고지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해당 건물이 1985년 사용승인을 받아 약 39년이 경과했고, 건물 상당 부분이 이미 공실 상태이며, 다른 임차인들과의 계약에서도 ‘2025년 재건축 계획’이 명시돼 있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의 재건축 계획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가 제시한 3년의 임대차 기간은 재건축 계획과 부합하고 신규 임차인에게 특별히 불합리한 조건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대법원은 “피고인의 재건축 계획 고지가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피고 패소 부분을 서울남부지법이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환송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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