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자 사유 교습비 반환 조항 ‘합헌’
헌재,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결정
“학습자에 계약 해지 위험 전가 방지”
수강자가 개인 사정으로 수강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 학원 운영자에게 교습비 등을 반환하도록 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이종석 소장)는 지난달 29일 A씨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A씨가 문제 삼은 조항은 ‘학원 설립·운영자는 학습자가 수강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학습자로부터 받은 교습비 등을 반환해야 한다’는 학원법 제18조 제1항과, ‘학습자가 본인의 의사로 수강 또는 학습장소 사용을 포기한 경우’ 등을 교습비 반환사유로 규정한 제18조 제2항이다.
수강생 B씨는 2018년 12월 A씨가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학원에 약 1년 치 강의비를 결제한 뒤 이듬해 1월 수강료 환불을 요청했다.
A씨가 이를 거절하자 B씨는 수강료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B씨가 승소했다.
이에 A씨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A씨는 항소심 과정에서 수강생이 변심한 경우 교습비를 5일 이내 반환하도록 하는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고, 교습비의 반환사유, 반환금액 등을 예측가능성 없이 대통령령에 위임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관해 헌재는 교습비 등 반환 조항이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거나 계약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지 않았다.
헌재는 “현행법에 규정된 ‘학습자가 수강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란 질병이나 이사 등 학습자에게 불가피한 수강 불능 사유가 발생한 경우만이 아니라, 단순 변심을 포함해 학습자 측의 사유로 수강을 계속할 수 없는 모든 경우를 의미하는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만약 교습 계약 당사자들이 교습비 등의 반환 여부 및 반환 금액 등을 자유롭게 정하도록 하면, 학원설립·운영자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놓이는 학습자에게 계약해지로 인한 위험이 전가될 수 있다”며 해당 조항이 계약의 자유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헌재는 해당 조항에서 법률유보원칙이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도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위임 조항은 교습비 등 반환에 관한 본질적 사항인 반환 의무 발생 요건 및 그 주체 등을 법률이 직접 규정한 상태에서 제반 여건을 고려해 달리 규율할 필요가 있는 세부적·기술적 사항인 반환 사유 및 반환 금액 등만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며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더불어 “교습비 등 반환 사유 및 반환 금액은 학원 운영 실정이나 사회통념 변화에 대응해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행정 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포괄위임금지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고도 해석했다.
헌재 관계자는 “교습비 반환 이유에 학습자측의 사유를 추가한 1999년 법률 개정 후, 관련 조항에 관한 헌재의 첫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