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서도 ‘결산심사’ 찬밥…예결소위 없는 상임위만 2곳
2개 상임위, 결산안 상정 안하고 11개 상임위 의결 못해
‘정기국회 이전 결산심사 완료’ 의무화한 국회법 위반
우 의장 “국회법 절차 준수 굉장히 중요” 강조 발언 무색
22대 국회 들어 실시하는 첫 결산심사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산심사를 담당한 예산결산소위를 구성하지 않은 상임위가 2개에 달했다. 2개 상임위는 아예 결산안을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11개 상임위에서는 예산결산특위가 시작한 ‘상임위 예비심사 완료 시점’에도 결산안을 승인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도 대규모 결산 내용에 대한 심사가 한두번 논의 만에 ‘뚝딱’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정기국회 이전에 결산 심사를 마쳐야 한다’는 국회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행태도 이어갔다.
3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전날까지 상임위 전체회의에 2023년회계연도 결산안을 상정하지 않은 상임위는 국토교통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여성가족위 등 3곳이었다. 행안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결산안을 상정했다. 전날까지 미상정했던 국토위는 이날 결산안을 전체회의에 올렸다. 여가위와 산업위는 각각 오는 4일과 9일을 결산안 상정일로 예고해 놓고 있다.
전체회의에 상정해 놓고도 예산결산 소위에 넘기지 못하는 상임위가 운영위, 기획재정위 등 2군데였다. 행안위는 전날 겨우 소위를 구성해 임기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났는데도 소위조차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을 간신히 피해갔다. 기재위와 운영위는 결산안을 전체회의에 올려 피감기관에 질의하고 답변을 듣기도 했지만 예결소위로 넘겨 심사하도록 할 수 없었다. 지난달 27일 기획재정위에 올라온 결산안을 심의한 이후 송언석 위원장은 “대체토론을 마친 안건은 원칙적으로 국회법 제58조 제2항과 관례에 따라서 소위원회에 회부를 해야 되지만 아직 소위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일단 전체회의에 계류를 하고 추후에 소위가 구성이 되면 그때 다시 소위에 회부하는 방안을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까지 결산안을 의결하지 않은 상임위는 무려 11개에 달했다. 법사위, 복지위, 환노위, 정보위, 외통위, 정무위 등 6개 상임위만 의결해 예비심사결과보고서를 예결특위로 넘겨놓은 상태다. 게다가 결산안을 통과시킨 6개 상임위의 심사기간은 매우 짧았다. 복지위와 법사위는 결산 소위를 한 차례만 열고 원안대로 의결했고 환노위 정보위 외통위 정무위는 피감기관 결산안을 두 차례로 나눠 예결소위에 상정해 심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각 상임위에 예비심사기간을 전날 오전 9시 30분으로 정해놨다. 예비심사를 완료해야 예결특위를 열 수 있고 예결특위에서 상임위 예비심사결과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 의장의 요구는 지켜지지 않았다. 사실상 국회 상임위 결산심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는 국회법 위반 중이다. 국회법 제128조의2(결산의 심의기한)는 ‘국회는 결산에 대한 심의, 의결을 정기회 개회 전까지 완료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른 정기국회 개회일은 매년 9월1일이다. 결산심사가 8월31일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야가 합의해 만든 룰, 커다랗게는 헌법이고 구체적으로는 국회법이다. 국회법 절차를 지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며 “(국회운영을)실효성 있게 해나가기 위해 어떤 것을 뒷받침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결산 심사도 내실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조의섭 국회 예산정책처장은 “정부는 2023년 9월 세수 재추계 결과와 함께 세수결손 대응방안을 발표하였으나 세입경정 및 지출 조정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지방교부세·교육재정교부금 미교부 및 외국환평형기금 재원 활용 등으로 대응했다”며 “결국 2023년의 경우 대규모 세수결손으로 인해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았던 시기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국회 결산 심의 과정에서 정부 재정 운용 전반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평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특히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없이 정부 자체적으로 수행한 세수결손 대응의 적절성에 대하여도 국회 차원의 중점적인 심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