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군의관 파견으로 당장은 버티겠지만
지금 인력으론 오래 못가 … “응급실 근무-배후진료 의사 확보에 힘써야”
그동안 누적됐던 인력부족으로 대학병원 응급실 운영이 위태해지고 있다. 정부는 당장 운영이 축소된 대학병원에 군의관을 배치해 부족 인력을 메꿀 계획이다. 하지만 전공의 이탈로 발생한 대학병원의 인력 부족 가중 현상은 이제 일상화됐기 때문에 응급진료를 중심으로 의사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응급실 운영이 일부 축소된 대학병원에 15명 군의관을 오늘 배치한다. 아주대병원과 이대목동병원에 각 3명, 충북대병원과 세종 충남대병원에 각 2명, 강원대병원에 5명의 군의관을 파견한다. 9일부터는 8차로 파견될 235명의 군의관과 공보의를 운영에 어려운 병원에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같은 근무시간대에 의사 2명이 근무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고 지방자치단체와 병원의 신청을 받아 필요로 하는 전문과목에 최우선으로 인력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군의관 공보의 배치 이외 순환당직제를 통해 중증응급진료 공백을 방지한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급성대동맥증후군, 소아급성복부질환, 산부인과응급질환, 기관지출혈·이물질, 응급혈관 등 5개 질환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응급의료 자원을 조사해 전국 단위 365일 순환당직 일정을 편성·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군의관 공보의 배치로 전공의 공백으로 생긴 대학병원의 응급실 운영에 숨통이 틀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전공의가 맡았던 자리를 채울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지 않으면 수련병원이었던 대학병원들의 응급실 운영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게 현장 이야기다.
서울·경기 지역 복수의 대학병원 관계자들은 현재 대학병원 응급실이 ‘뼈를 갈아’ 버티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당장 문닫을 상황은 아니지만 한두명이 빠져나가면 바로 운영 축소할수도 있다”며 “정상적인 진료를 하려면 전문의들이 잠도 자고 쉬어야 하는데, 피로도가 높아만 간다”고 말했다. 전공의가 남아있거나 빠져나간 의사들이 적거나 없는 곳은 다행이지만 상당한 대학병원 응급실 역량은 축소 직전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발표에도 응급실뿐만이나라 응급실 진료에 이어지는 후속 진료나 중증응급질환 수술·시술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표출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후속 진료 가능 여부 분석 결과, 27개 질환별로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은 102곳으로 평시보다 7곳 줄었다.
전국 응급의료센터 180곳에서 평시 대비 이달 2일 중증응급질환 진료 가능 기관을 비교했을 때 흉부 대동맥 수술은 72곳에서 69곳으로, 영유아 장중첩 및 폐색 수술은 93곳에서 83곳으로 줄었다. 영유아 내시경의 경우 15곳에서 14곳으로, 산부인과 응급 분만은 96곳에서 91곳으로 감소했다. 안과 응급 수술이 가능한 곳은 75곳에서 58곳으로 줄었다.
복지부 설명대로 응급실 뺑뺑이는 오래된 문제다. 하지만 군의관 외 응급의료 대응 병원 자체 인력을 확보하는 대책 마련에 지금 집중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서울·경기 지역 복수의 대학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대학병원 자체적으로 응급실 등으로 의사인력을 확보하려고 하지만 빨리 모집되지 않는다. 당장 인력이 급하니 인건비가 높아질 수 밖에 없고 병원측은 고민스럽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협회장은 “응급실뿐만 아니라 배후진료를 안정적으로 볼 수 있는 인력체계를 갖춰야 응급중증진료분야 의료개혁을 완성해 나갈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병원과 더불어 지역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인력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