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과기부, 특활비 줄이고 정보보안비 대폭 늘려
경호처, 통일부, 해경 등 특수활동비 증가
국정원 안보비, 내년 1조5000억원 육박 예상
“남은 특수활동비, 존속 필요 없다는 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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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2016년과 2017년에도 각각 특수활동비로 4860억원, 4947억원을 편성하는 등 탄핵 파도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이후 4000억원대에 머물던 예산규모가 7년 만에 배로 뛰어 올랐다. 이는 예비비에서 배정받는 5000억원 규모의 국가정보원 예산을 뺀 것이다. 실제 내년 예산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국가정보원은 기획재정부의 예비비를 통해 매년 국가안전보장활동 지원금을 받고 있는데 정부가 제출한 2023회계연도 결산을 보면 지난해에는 5610억원을 가져갔다.
국가정보원의 예산이 안보비로 떼어 나오면서 남아있는 특수활동비 규모는 줄어들었다. 2017년 9030억원에서 2018년에는 3271억원으로 감소했고 이후로도 매년 줄어들어 2022년에는 2437억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다가 2023년부터 정보보안비라는 계정이 또 따로 만들어지면서 특수활동비 감소 폭이 더 가팔라졌다. 2023년에 1329억원, 올해는 1228억원, 내년엔 1206억원이 편성됐다.
반면 4개 부처로 들어가는 정보보안비는 급증했다. 특수활동비에서 처음으로 정보보안비로 나온 2023년엔 1184억원이 편성됐고 2024년엔 1434억원, 내년엔 1593억원으로 매년 빠르게 늘었다. 내년 증가율은 11.1%에 달했다.
특수활동비와 정보보안비를 합한 규모가 내년에는 2740억원으로 이는 5년 전인 2020년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실상 특수활동비’의 감소세가 증가세로 반전된 것으로 해석할 만한 대목이다.
내년에 편성된 특수활동비를 부처별로 보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와중에 늘어난 곳도 있다.
해양경찰청은 84억원에서 113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경호실은 76억원에서 83억원, 통일부는 19억원에서 24억원으로 확대했다. 경찰도 737억원에서 744억원으로 소폭 늘려잡았다.
대통령비서실, 국회, 감사원, 총리실, 외교부, 공수처는 ‘동결’했다. 법무부는 156억원에서 80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과기부는 5억원에서 3억원, 국세청은 28억원에서 27억원으로 줄였다. 관세청 특수활동비도 4000만원 정도 감소했다.
정보보안비는 4개 부처가 편성하고 있다. 국방부와 산업통상부는 모든 특수활동비를 정보보안비로 옮겨왔다. 산업부는 올해와 내년 모두 5억원 정도의 정보보안비를 편성했고 국방부는 1351억원에서 1413억원으로 규모를 늘려 잡았다.
과기정통부와 법무부는 일부만 특수활동비에 남겨두고 나머지를 정보보안비로 가져왔다. 두 부처는 특수활동비 규모를 줄이면서 정보보안비를 대폭 늘렸다. 과기정통부는 특수활동비를 5억원에서 3억원으로 2억원 축소했지만 정보보안비에서는 33억원에서 50억원으로 50%이상 확대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의 특수활동비와 정보보안비를 더한 규모는 38억원에서 53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법무부 역시 특수활동비는 155억원에서 8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인 듯 하지만 정보보안비를 42억원에서 116억원을 늘려 총액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한편 기업특별회계에서 우편사업에 편성됐던 특수활동비도 내년엔 정보보안비로 전환돼 8억원이 들어갔다.
특수활동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각 부처들이 정보보안비로 옮겨가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국가정보원 예산이 안보비로, 각 부처의 정보 보안 활동이 정보보안비로 옮겨간 만큼 아예 특수활동비를 없애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안보비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정보활동 및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와 해당기관 운영 등에 필요한 제반경비를 뜻하고, 정보보안비는 대외 보안이 요구되는 국방, 국민 안전 등 분야의 정보자산 취득, 운용에 필요한 제반경비와 정보 활동 및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며 “2017년 이후 특수활동비의 규모는 크게 감소하였으나, 특수활동비, 안보비 및 정보보안비와 합산한 금액은 2019년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했다. 세금도둑잡아라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특수활동비에서 정보보안비로 떼내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식이기는 하지만 정보보안비로 빠진 예산을 제외한 특수활동비는 별로 존속할 필요성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며 “남은 특수활동비를 특정업무경비로 전환하는 등 투명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