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경기침체 우려·엔화 강세에 급락
제조업 지수 5개월 연속 위축 … 엔비디아 9.53% 폭락
일본 금리인상 발언에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 불거져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되살아나고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 8월 제조업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고 5개월 연속 위축 국면에 들어가는 등 주요 제조업 지수가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본은행 총재의 추가 금리인상 발언이 엔화 강세를 자극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가 불거진 점도 증시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날 미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5% 하락했다. 대형주 벤치마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일대비 2.12% 떨어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3% 하락하며 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급락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9.53% 급락하는 등 반도체 및 AI 관련주의 주가 하락이 컸다.
이날 발표된 주요 제조업 지수의 부진이 경기둔화 우려 증폭 및 대형 기술주 투매 현상을 촉발시켰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47.5)를 소폭 하회했다. ISM 제조업 PMI는 미국의 제조업황이 다섯 달 연속 위축 국면에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세부항목 중 신규수주가 47.4에서 44.3으로 떨어지면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우려사항으로 지목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8월 미국 제조업 PMI는 47.9를 기록했다. 전월(49.6)보다 낮은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47.5)에 못 미쳤다. S&P글로벌 제조업 PMI도 두 달 연속 위축세를 보였다. 여기에 미국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now)’모델이 3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연율 환산 기준 2.0%로 제시하며 지난 7월 26일 개시(2.8%)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날 발표된 7월 건설 지출이 고금리 등으로 전월대비 0.3% 감소한 점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업종별로 보면 이날 9.5% 하락한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매도가 집중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7.75% 하락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7’에 속한 마이크로소프트(1.85%), 애플(2.72%), 구글 모기업 알파벳(3.68%), 테슬라(1.64%), 아마존(1.26%),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1.83%) 등 일곱 종목 모두가 하락 마감했다. S&P500 반도체 및 반도체 부품 업종 지수는 8% 넘게 급락하며 2020년 3월 중순 이후 가장 큰 일간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경우 매도물량 출회 및 반독점 소송 관련 소환장이 발급되었다는 소식에 시간외거래에서도 추가 하락하는 등 반도체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됐다.
미국 주식시장 급락 트리거로는 미 경기 침체 우려가 되살아난 점과 함께 일본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불거진 점이 지목된다. 이날 발표된 미국 제조업 지표는 예상치를 소폭 하회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주 섹터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앤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가 불거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급락 원인은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고, 이에 앞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엔화가 강세를 띄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매물이 출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경제와 물가가 예상과 같은 궤도를 유지한다면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며 “7월 금리인상 이후에도 실질금리는 여젼히 마이너스이며 완화적 금융여건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일본 달러 대비 엔화는 145.48로 전일 대비 1%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다.
한편 4일 오전 9시 17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6원 상승한 1342.0원에 거래되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시간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22.45원으로 전일 오후보다 4.85원 상승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장 초반 2%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