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3종세트’ 예산, 빠르게 늘어
특수활동비·안보비·정보보안비 내년 1조2천억
국가정보원의 안보비와 각 정부부처로 흩어져 있는 특수활동비, 정보보안비 등 ‘깜깜이 예산’ 3종 세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유용 논란으로 삭감 추세를 보였던 ‘깜깜이 예산’이 오히려 늘어나면서 예산 집행의 불투명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수활동비에서 떨어져 나온 국정원의 안보비와 일부 부처의 정보보안비가 국회 정보위에서 심사하는 ‘실제 안보’ 예산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이번 기회에 다른 특수활동비는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들어와 있는 정부 제출 ‘2025회계연도 예산안’을 보면 내년도 국가정보원에 배정된 예산인 안보비는 9310억원으로 1조원에 가까이 접근했다. 올해 예산에 배정된 8921억원에 비해 4.4%인 389억원이 늘었다.
지난해부터 특수활동비에서 별도의 계정(비목)으로 분리한 정보보안비는 1593억7000만원으로 편성됐다. 올해보다 11.1%인 159억4000만원이 증가했다. 특수활동비는 1206억6000만원으로 올해보다 1.8%인 21억7000만원이 감소했다. 정보보안비는 특수활동비처럼 정보활동이나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의 경우 ‘특수활동비에 대한 감사원의 계산증명지침’을 지켜 지출해야 한다.
또 특수활동비와 같이 국회 정보위에서 비공개 심사하는 예산이기도 하다. 다만 현금 사용 등이 제한되고 특수활동비에 적용하는 ‘정보공개법에 따른 비공개’ 대상은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 예산정책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안보비, 정보보안비, 특수활동비를 합한 규모가 2017년 9030억원에서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인 2018년에 7956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줄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9년에 8608억원으로 늘더니 2020년에는 9771억원으로 완전히 회복됐고 2021년에는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1조1583억원으로 올라섰고 내년엔 1조2110억원으로 뛰어 오를 전망이다. 내년 증가율이 4.2%로 이는 총지출증가율 3.2%에 비해 1%p나 높은 수치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는 ‘안보비’라는 별도 계정으로 전환한 이후 급증세를 이어갔다. 2018년 4685억원에서 2020년에는 7029억원, 2022년에는 8397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8921억원, 내년에는 9310억원으로 편성됐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