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0% 목표치 도달…통화정책 전환 기대감 고조
이창용 “인하 고려할 시기”
9월 주담대 둔화폭 관건
한국은행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뒷받침이 되는 데이터가 추가됐다.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3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정부와 한은의 목표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안정이라는 통화정책 결정의 다른 한축이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3월(3.1%)까지 3%대의 높은 오름세를 보이다 이후 상승폭이 둔화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도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해 7월(2.2%)보다 둔화했다.
이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의미가 적지 않다. 정부와 한은이 정한 중기 물가안정 목표인 2.0%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3일 “인플레이션만 보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는 충분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달 11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전에 발표하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도 2.0% 수준 안팎으로 나오면 물가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하 요건은 갖춰지는 셈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이날 열린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물가 상승률은 앞으로도 큰 공급 충격이 없다면 당분간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화정책 전환의 마지막 걸림돌은 금융안정성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점이 걸린다. 주담대는 올해 들어 은행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오다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 주담대 순증 규모는 올해 3월(5000억원)까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다 4월(4조5000억원)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은 5대 은행에서만 8조9115억원 늘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2016년 이후 최대치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현 상황에서는 금리인하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킬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은은 다음달 금통위에서 9월 이후 부동산시장 동향과 이를 뒷받침하는 주담대 증가세를 통화정책결정의 핵심 데이터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주담대 증가세가 9월이후 꺾일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을 비롯해 사실상 전 금융권이 나서 주담대 규제를 강화하면서 순증액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9월 이후 주담대 증가세가 크게 둔화할 경우 다음달 통화정책 전환의 주요 지표는 갖춰지는 셈이다. 여기에 9월(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외환시장에서 환율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점도 우호적 대외 여건의 하나이다.
한편 정부는 전날 물가 오름세 둔화에 환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국회에서 “물가가 드디어 2% 정도로 안정되기 시작했다”며 “이러면 금리를 조금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았나”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