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투매에 급락…코스피 장 초반 2.6%↓
지속되는 미국 경기둔화 우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 발목
국내 증시가 4일 미국에서 되살아난 경기침체 우려에 장 초반 2%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 총재가 금리인상을 계속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엔화 강세를 자극한 점도 기술주 투매를 촉발시켰다.
이날 오전 9시 21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15포인트(2.60%) 내린 2,595.48을 나타냈다. 지수는 전날보다 74.69포인트(2.80%) 내린 2,589.94로 출발한 뒤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낙폭이 다소 줄면서 2600선을 중심으로 등락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3.15포인트(3.04%) 내린 737.22다. 지수는 전장보다 21.78포인트(2.86%) 내린 738.59로 출발해 3% 전후의 낙폭을 지속하고 있다. 종목별로는 SK하이닉스(-6.12%)가 급락하는 가운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약세다.
간밤 뉴욕증시는 다시 불거진 경기 침체 우려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51% 내리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2.12%, 3.26% 급락했다. 특히 엔비디아(-9.53%), AMD(-7.82%), 퀄컴(-6.88%), 브로드컴(-6.16%) 등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업종의 낙폭이 컸다.
이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시장 예상치(47.5)를 하회한 영향에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세부항목 중 신규주문이 7월 47.4에서 8월 44.6으로 부진한 것이 전방 수요 불안정으로 해석됐다.
공급자배송시간이 줄고 재고, 고객 재고가 동시에 늘면서 전반적인 업황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경제와 물가가 (일본은행) 예상대로 회복된다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이 여파로 엔달러 환율은 전일 147엔에서 145.85엔으로 1%대 강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엔캐리 트레이트 청산 물량이 시장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디플레이션 추세가 여전하기에 9월 FOMC에서의 0.5%p 금리인하 전망은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카고 상품거래소 패드워치는 경기둔화 우려 등을 반영해 9월 0.50%p 인하 가능성이 30%에서 39%로 상향조정됐다.
한편 블루 칩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다수의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는 경기 상황을 반영하는 경제지표들과 그에 따른 통화정책 전망 등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번 주 발표될 예정인 8월 고용보고서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증시 전망 및 대응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JP모건 등 일각 에서는 “경기둔화 우려가 끝나지 않았으며 이런 상황에서는 연방준비제도가 강력한 금리인하에 나서도 주가가 크게 오르기는 쉽지 않다”며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 불안도 주의해야 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역사적으로 9월에 주가 변동성이 매우 컸음을 감안할 때 주의가 필요하지만 긍정적 시각을 유지할 이유도 많다면서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들은 특히 기업이익 증가 지속 전망과 연준의 본격적인 금리인하 추진 가능성, 투자자의 대규모 현금 보유 등을 거론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제조업황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핵심 산업인 컴퓨터 전자산업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과 대선 불확실성이 일시적으로 대선 전까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때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것은 여전히 기우”라며 “이번 주 남은 주요 경제지표(ISM 서비스업 지수, 고용)이 확인되면서 경기 우려는 다시 되돌릴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 또한 “미국 등 주요국 제조업 경기 부진은 기대와 달리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팬데믹 이후 변화된 경제 및 산업 패러다임을 고려할 때 이전처럼 ISM 제조업 지수 부진이 반드시 경기침체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서비스 사이클과 더불어 미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에 따른 유동성 흐름 등이 경기 침체를 방어해 줄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