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타’ 없이 끝난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2024-09-04 13:00:02 게재

이달 내 윤 대통령 임명 단행 전망

신뢰 회복·수사 공정성 확보 과제

심 “동일기준, 법과 원칙따라 수사”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결정적인 ‘한 방’ 없이 끝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심 후보자를 검찰총장에 임명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야당의 검찰개혁과 검사탄핵이 추진되고 김건희 여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전·현직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검찰 수장을 맡게 될 심 후보자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고 수사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3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심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등을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야당은 우선 심 후보자 지명 과정에 김 여사의 오빠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심 후보자가 김 여사 오빠와 휘문고교 동창으로 이같은 친분이 검찰총장 지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심 후보자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15개 반이 있었고 1000명의 졸업생이 있었다”며 “전혀 모르는 사이고 서로 연락한 일도 없고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라고 반박했다.

야당은 또 배우자와 가족이 보유한 28억원 상당의 해외 주식도 문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배우자와 장남, 장녀가 가진 주식 중 애플 구글 테슬라가 국내에서 약 35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했음을 확인했다”며 주식 처분 계획을 물었고 심 후보자는 “경제적으로 독립해 각자 재산을 갖고 있는데 제가 배우자한테 팔아라 말라 얘기할 순 없다”고 답했다. 다만 ‘총장 부임 후 관련 사건이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엔 “민사소송 부분까진 말하긴 어렵고 만약 형사소송이 있다면 배우자와 함께 상의해 보겠다”고 했다.

자녀가 서민 금융상품인 햇살론 대출을 받은 것에 대해선 “딸에게 돈을 보태줬다면 괜찮았을텐데 딸이 홀로 한번 살아보겠다고 (한 것)”이라며 “혼자 살면서 스스로 생계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고 모자란 돈에 대해 대출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문회에선 심 후보자의 동생인 심우찬 변호사가 검찰 수사를 받는 카카오의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책임경영위원으로 영입된 것과 관련한 이해충돌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심 후보자는 “동생은 사건과는 관련 없는 감사 업무 담당 부서에 있다”면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했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모욕적인 질문”이라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1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청문회에서 심 후보자를 낙마시킬 만한 결정적 흠결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조만간 윤 대통령의 임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총장 임명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만큼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16일 전후 윤 대통령이 임명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대통령의 임명절차가 마무리되면 심 후보자는 윤석열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에 오르게 된다. 차기 검찰총장 과제로는 추락한 검찰의 신뢰 회복이 꼽힌다. 야권이 검찰개혁과 검사탄핵을 강하게 추진하는 배경에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깔려 있는 까닭이다. 심 후보자도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검찰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할 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시급한 과제로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검찰 신뢰 회복을 위해선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검찰 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무혐의로 잠정 결론 내린 것에 대해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검찰은 청탁이 실현되지 않았다며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고, 고검장 출신 이성윤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 모씨 특혜 채용 의혹 수사에 대해 “관련 없는 (문 전 대통령의 장녀인) 다혜씨의 금융 거래 내역을 흘려 망신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은 2년 넘도록 수사하고 김건희 주가조작은 몇 년 째 결론을 못내고, 김 여사 명품백 수사는 면죄부를 줬다”고도 했다.

당장 심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임명된 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는데 검찰은 오는 12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항소심 선고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처리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심 후보자가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 심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어떠한 사건이든 동일한 기준과 잣대를 가지고 규정에 따라서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하겠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검찰총장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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