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군인권보호위·창조론’ 공방
안창호 인권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 쟁점
안 “개인적 신앙, 위원장 업무 훼손안할 것”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군인권, 창조론 등이 쟁점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안창호 위원장 후보자가 평소 소신을 그대로 밝히면서 야당 의원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인권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안 후보자의 종교관 등을 문제 삼아 인권위원장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큰 결격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안 후보자는 ‘학교에서 창조론과 진화론을 함께 가르치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이날 청문회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또 “잘 모르지만 빅뱅이론보다는 창조론을 더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창조론을 가르치도록 인권위원장으로서 권고할 것이냐”고 묻자, 안 후보는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나섰다. 주 의원은 “창조론과 관련해 본인의 신앙과 사상이 위원장 직무에 영향을 안 미친다고 하는데 어떻게 운영할 계획”이냐고 물었고, 안 후보자는 “개인적 신앙이 인권위원장 업무를 훼손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하면 공산주의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소신을 고수해 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는 자신의 저서에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마르크시스트와 파시스트가 활개치고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안 후보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또 현재 논의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지금 형태로는 반대한다”며 “많은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개별 법안이 있지만 나이와 성별, 인종, 성적지향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종교계 일각에서는 동성애를 조장할 수 있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기했고, 이재명 대표도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안 후보자를 거들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채 상병 사망 사건과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을 군인권보호위원회에서 기각했는데 인권위 태도가 적절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안 후보자는 “구체적 상황을 모른다”고 답변을 피했다. 천 의원은 “최소한의 (청문회) 준비는 했느냐”며 다시 따져들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자녀에게 서울 대치동 아파트를 매각한 일과 관련해서도 야당의 추궁이 이어졌다. 안 후보자는 장남 부부에게 살고 있던 집을 28억원에 팔았다. 만 매매 거래가 이뤄지고 나서 장남 부부가 집을 전세로 내어준 점, 해당 아파트가 재건축 예정지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편법 증여 의혹을 받았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자녀에게 28억원에 매도한 아파트와 같은 평수(면적) 실거래가를 확인하니 40억원까지 뛰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도 “재건축 단지로 상속세 절감이 의심된다”고 추궁했다. 안 후보자는 “아들이 둘인데 한명에게만 특혜를 줬다면 부모가 얼마나 욕을 먹겠느냐”며 “(의혹은) 절대 아니다”라고 거듭 부인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등 인권·시민단체들은 4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 후보자는 인권위원장으로 부적절하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