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옆 개원, 경업금지가처분 '기각'

2024-09-04 23:53:52 게재

학원-전직 강사 '분쟁' ··· 양측 '협박' 고소, 본안소송 앞둬

서울 송파구 학원가가 이른바 ‘학원생 빼가기’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5일 학원가에 따르면 논란은 지난 5월 국어전문 H학원에서 수업하던 강사 A씨가 사직하고 인근에 다른 학원을 개원하기 직전부터 시작됐다. A씨가 가르치던 학생들을 데리고 가기 위해 활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H학원은 A씨가 학원 개원에 앞서 내분을 유도하고 학원 평판을 떨어뜨리기 위해 계획적으로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국학원총연합회 전국보습교육협의회는 H학원 입장에서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반면 A씨는 이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A씨는 2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학생을 데리고 나가기 위해 모의하거나 치밀하게 계획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H학원 평판을 떨어뜨리고 내분을 유도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H학원이 학원 설립을 막기 위해 경업금지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최근 기각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김정민 부장판사)는 지난 7월 10일 H학원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경업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채권자(H학원)가 주장하는 사정 및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경업금지약정에는 금지되는 영업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라며 “채권자의 학원 반경 3km 이내에서 경업을 금지할 경우 (A씨) 영업기반이 구축되어 있는 동일 생활권 내에서 영업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H학원과 A씨는 2022년 12월 ‘계약 종료 1년간은 동일한 상권 3km 이내에서 채권자와 동일한 업종과 동종, 유사한 업종에 종사하거나 동종 학원을 경영할 수 없다’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학생들이 (H)학원에서 이탈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채무자 개인의 노력과 역량에 의해 학생들 또는 학부모와 신뢰관계를 쌓아 왔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며 “채무자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채권자 학원의 학생들을 채무학원으로 유인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채무자 학원 운영이 중단되는 경우 수강생들이 예기치 못한 손해를 입게 되는 점, 채무자의 행위로 인해 채권자에게 발생하는 손해는 대체로 본안소송을 통해 금전 배상이 가능한 성질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씨는 “학원이 먼저 신의를 저버렸고 내가 학원을 차리려 하면 집단적으로 압박을 가했다”며 “프리랜서 계약도 명목뿐이지 구체적인 감독과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프리랜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업금지로 묶여 있어 거의 노예계약 수준이었다”며 “아직 퇴직금과 2주 치 급여도 못 받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주장에 H학원측은 “법원은 A씨가 손해배상 해야 할 것도 있고, 당장 학원 문을 닫게 하면 학생들 피해도 발생할 수 있으니 본안소송에서 해결하라는 취지로 판결한 것”이라면서 “(법원에) 본안소송 기일을 빨리 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H학원은 “이전에도 강사가 나갔던 것이 7~8회 되지만 법적으로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고등부 1학년 전체를 데리고 나가려 작정을 한 사안이기 때문에 법적 대응까지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A씨와 H학원은 서로를 협박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모두 불송치 결정했다. 다만 A씨의 고소는 검찰 재조사 요구로 다시 조사 중이다. H학원은 이의신청을 준비 중이다.

현재 A씨를 포함한 H학원 출신 강사 3명은 지난 5월 H학원과 40여m 거리에 국어학원을 개원해 운영 중이다.

서울=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박광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