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무산되나
미 언론, “바이든 불허방침 발표 준비 중” … US스틸 “제철소 폐쇄” 반발
미 정부 관계자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심의와 관련, “CFIUS는 아직 대통령에게 권고안을 전달하지 않았다”면서 “그것이 이번 절차의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CFIUS 심사는 매우 독립적”이라면서 “오늘 발표할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또 US스틸도 CFIUS로부터 어떤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대변인은 “일본은 미국의 가장 확고한 동맹국”이라면서 “우리는 이번 거래와 관련해 어떤 국가 안보적 이슈도 없다고 계속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ABC 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와 미국 철강 산업을 비롯한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최선의 미래인 이번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법에 따라 가능한 모든 옵션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데이비드 버릿 US스틸 최고경영자(CEO)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수 불허 방침이 보도되기 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매각 계획이 무산되면 피츠버그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몬밸리 제철소를 폐쇄하고 본사도 피츠버그 밖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1901년 피츠버그에서 설립된 US스틸은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한 상징적 기업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일본과 독일, 중국 등에 철강 시장 주도권을 내주기 시작했고 수익성이 컸던 에너지 사업 부문 등을 분리하면서 기업 가치가 줄었다.
2014년에는 미국 주요 500개 대기업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은 끝에 매각을 발표했다.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US스틸을 141억 달러(약 18조3000억원)에 매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일본제철과 US스틸은 같은 달 CFIUS 심의를 요청했으며 백악관은 이번 거래가 국가 안보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 등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게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CFIUS 심의 외에도 이번 매각에 대해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정치권까지 반대론에 가세하면서 성사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미국 철강노조도 매각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US 스틸은 한 세기 이상 상징적인 미국 철강 회사였고, 그것이 국내에서 소유되고 운영되는 미국 철강 회사로 남아있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여기에 해리스 부통령도 지난 2일 피츠버그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나선 공동 유세에서 “US스틸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업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1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즉각 저지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렇게 되자 일본제철은 추가 투자와 고용 확대를 약속하는 등 잇단 유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29일에는 US스틸이 보유한 2개 제철소에 총 13억달러(약 1조740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지난 4월에는 US스틸과 함께 “US스틸은 원료 채굴부터 제품 제조까지 미국에서 이뤄지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로 남을 것이다. 인수가 미국 전체에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도 인수 뒤에는 이사의 과반수를 미국 국적자로 구성하고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본사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매각 불허 방침 보도 이후 US스틸 주가는 이날 17% 이상 폭락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