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의정비 제한조례 개정안 보류
사과·경고 처분 의원 대상
타 시·도와 달리 부산 후퇴
부산시의회가 징계 의원에게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는 조치에 나섰다가 내부 반발에 후퇴해 빈축을 사고 있다.
5일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최근 운영위원회는 ‘부산시의회의원 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보류시켰다.
조례안은 사과·경고 등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에도 의정비 지급제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은 구속이나 출석정지에만 의정비 지급을 제한했다.
이는 국회 선진화법에 따른 영향이 반영됐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2012년 5월부터 국회법 제163조에 따라 국회질서 유지 위반 등으로 경고 또는 사과의 징계를 받은 경우 징계의결을 받은 달과 다음달의 수당을 1/2 감액해 지급받는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 2022년 12월 243개 지방의회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이후 각 지자체들이 앞 다퉈 조례개정에 나서면서 부산시의회도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상황이 됐다.
시의회는 강철호 운영위원장 명의로 위원회안을 마련해 자정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통상 위원회 안으로 조례를 제출하면 통과된 것과 달리 내부 저항이 거셌다. 의원들은 사과와 경고는 의정활동을 전제한다는 점을 들며 반대했다.
전원석 시의원은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고 의정활동은 한다. 그런데 의정활동비를 주지 않는 것은 이중처벌이다”고 주장했다. 정채숙 시의원은 “의정활동을 굉장히 소극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라며 “소신껏 이야기를 하다보면 도를 좀 넘는다든가 의견충돌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고와 사과까지 월정수당으로 연결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부산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조례안을 보류시켰다. 부산시의회의 후퇴 결정은 다른 시·도의회와 대비된다. 대다수 광역의회에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돼 왔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 강원 광주 전남 전북 충북 충남 제주 등에서는 시도별 감액 차이는 있지만 경고와 사과까지 의정활동비와 여비, 월정수당까지 모두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을 마쳤다.
부산시의원들이 사과와 경고를 잘못 해석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회의 중 실수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법 제100조 1항에 따라 윤리특위에 회부돼 결정된 징계에 의한 사과와 경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징계절차에 따른 사과와 경고”라며 “지방의회도 국회의원에 준하게 책임성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제도개선을 권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호 부산시의회 운영위원장은 “6일 회의를 다시 열어 이 부분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