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비 후퇴속 주담대 급증에 금융지출만 큰폭 증가
금융서비스 지출 5.6% 증가 … 의류·오락 등 급감
정보통신, 수출 둔화속 내수·설비투자 장기 부진
한은, 2분기 GDP 발표
내수 부진이 국내총생산(GDP)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특히 지출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거나 생활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내구재와 의료 및 오락, 미용 등의 지출이 급감했다. 이에 비해 금융서비스 부문에 대한 지출은 크게 늘었다. 국내총생산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정보통신부문도 수출과 내수, 설비투자 모두 부진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치)에 따르면, 내수 부진이 심각했다. 내수부문의 근간을 이루는 민간소비(-0.2%)와 건설투자(-1.7%), 설비투자(-1.2%), 지식재산생산물투자(-0.9%) 등이 일제히 전분기 대비 후퇴했다. 수출이 전분기 대비 1.2%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민간소비에서도 가계소비(-0.3%)는 더 부진했다. 1분기(0.7%) 반짝 좋아지는 듯했지만 다시 후퇴했다. 가계소비는 2022년 1분기 이후 10개 분기 중 모두 4개 분기나 마이너스를 보였다. 그만큼 소비가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읽힌다.
가계소비에서도 자동차와 가구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내구재 소비는 더 심각했다. 올해 2분기(0.5%)는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내구재 소비는 2022년 1분기(-0.6%)이후 10개 분기 중 모두 7개 분기에서 마이너스 성장했다. 특히 2022년 4분기(-0.7%)부터 올해 1분기(-1.2%)까지 6분기 연속 줄었다. 그만큼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었다는 의미다.
불요불급하지 않은 소비도 감소가 이어졌다. 의류와 신발(-4.0%), 오락 및 스포츠·문화(-2.7%), 개인 미용 등(-3.4%) 등에 대한 소비가 감소했다. 식료품 등(2.6%)과 가구 및 가사 비품 등(1.8%), 교육서비스(0.7%) 등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줄지 않았다.
특히 주류 및 담배(5.1%)와 보험 및 금융서비스(5.6%)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이들 상품과 서비스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기저효과도 있지만, 비교적 큰폭으로 늘었다. 특히 보험 및 금융서비스는 4월이후 크게 늘어난 가계대출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추이는 올해 4월부터 빠르게 증가했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 주담대 순증 규모는 올해 3월(5000억원)까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다 4월(4조5000억원) 이후 5월(5조7000억원)과 6월(6조3000억원)까지 2분기에만 16조5000억원 급증했다. 이 기간 은행권의 신용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도 17조원 늘었다.
올해 2분기 기준 국내총생산에서 10.2%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 정보통신산업의 성장세도 주춤했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기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이뤄진 이 산업의 2분기 수출은 전분기 대비 -3.1%로 4분기 만에 후퇴했다. 지난해 3분기(9.1%) 이후 급증하던 수출 증가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소비(-1.1%)와 설비투자(-3.0%)는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한편 2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6분기 만이다. 한은은 다만 하반기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발표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2.4%)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창구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2분기 역성장은 1분기 큰폭의 성장에 따른 조정측면이 강하고, 올해 상반기만 보면 전년 동기 대비 2.8% 성장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하반기 수출이 증가세가 지속되고, 기업의 투자 여력이 증대되는 가운데 가계 실질소득도 개선되면서 회복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