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공자 등 840명에 430억 국가 배상”
2심 “국가의 헌법질서 파괴 범죄, 위법성 중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항소심 법원이 인정했다. 1심 금액보다 4억원 가량 늘었고, 배상 액수가 너무 과도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받아주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이원범 부장판사)는 5일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 880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430억6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5·18 유공자들과 유족은 2021년 11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같은 해 5월 5·18민주화운동 유공자가 정신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길을 열어 줬다. 5·18보상법에 따라 보상을 받았다면 추가 배상을 요구할 수 없도록 정한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1심은 지난해 11월 유공자 본인에 대해서는 헌재 판단에 따라 정신적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가 총 426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연행·구금·수형은 1일당 30만원, 장애없이 상해를 입었으면 500만원, 사망은 4억원으로 위자료 산정의 구체적인 기준도 정했다.
이에 따라 상해로 장애를 입었으면 3000만원을 인정하고, 여기에 노동능력 상실률이 5% 증가할 때마다 1500만원을 추가했다. 상실률이 100%면 3억1500만원을 받게 된다. 과거 형사보상금을 받았다면 위자료에서 공제했다. 유공자의 상속인은 상속분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자 정부는 배상 기준이 다른 사례에 비해 과도하다며 항소해 재판은 2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비슷한 사건들과 비교해도 1심이 정한 기준에 문제가 없었다”며 유공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일부 원고의 장애등급 등에 대한 판단만 바로잡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유공자들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공무원들에게 폭행·협박을 당하거나 적법 절차에 의하지 않고 체포·구금돼 형의 선고를 받아 복역하거나 그 과정에서 상이 내지 상이에 따른 장애를 입었다”며 “이는 국가의 불법행위이고 유공자들이 정신적 손해를 입었을 것임도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불법행위는 국가기관이 헌법질서 파괴 범죄를 자행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반인권적 행위에 해당해 그 위법성 정도가 매우 중대하다”며 “유사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또다시 자행되지 않도록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날 선고가 나온 직후 원고들을 대리한 김종복 LKB 대표변호사는 “불법 행위를 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소송을 통해 상기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역사적인 교훈이라든가 역사적인 참고가 되기를 소송 당사자들은 많이 원한다”며 “여전히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분들이 많은데 적절하게 보상받고 역사적 의미를 사회적으로 부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