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 마약음료’ 제조책 징역 18년 확정
대법,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 투약’ 혐의
주범, 1심 징역 23년 선고 받고 2심 재판 중
이른바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에서 마약음료를 제조·공급한 일당에게 대법원이 중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1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마약 음료 제조·공급자 길 모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전화중계기 관리책 김 모씨와 마약 공급책 박 모씨는 징역 10년, 보이스피싱 모집책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는 이 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길씨는 약속한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놓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박씨에게서 얻은 필로폰 10g을 우유와 섞어 직접 마약 음료를 제조한 뒤 지난해 4월 불특정 다수의 학생에게 마시도록 배포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길씨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 4명은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회’를 열었고 실제로 학생 13명에게 음료를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음료를 받은 학생 중 9명이 마셨고 이 중 6명은 환각 증상 등을 경험했다고 한다. 마약 음료 1통엔 통상적인 필로폰 1회 투약분인 0.03g의 3배가 넘는 양인 0.1g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마약 음료를 마신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전화해 돈을 뜯어낼 생각으로 범행했는데, 학부모들이 경찰에 신고해 실제로 돈을 받아내지는 못했다.
김씨는 변작중계기를 사용해 중국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번호로 바꿔 협박 전화를 도운 혐의다. 박씨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10g을 받아 길씨가 전달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 일당과 같은 조직에서 보이스피싱 모집책으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된 이씨에게 범죄단체 가입·활동 등 혐의를 적용해 추가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중국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사건 전반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봤다.
당초 경찰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하는 ‘미성년자 마약제공’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마약류관리법 중 사형이나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 투약’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들 일당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길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25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범행에 가담한 김씨에게 징역 8년, 박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각각 4676만원과 1억6050만원을 명령했다. 이씨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마약음료를 이용한 이 사건 범행은 영리 목적으로 미성년자를 이용한 범죄와 보이스피싱 범죄, 마약이 이용된 범죄가 결합한 신종 유형”이라며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 만큼 예상할 수 없는 범죄에 해당하므로 재발 방지를 위해 중형을 선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심에선 길씨와 김씨에게 형을 가중해 각각 징역 18년,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일당들에 대해선 형량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다수의 무고한 피해자를 협박하고 환각 중독증 등으로 인해 사회적 피해를 일으킨 새로운 범죄”라며 “미성년자와 그 부모를 표적 삼아 죄질이 특히 더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범죄단체가입죄 및 범죄단체활동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중국에서 범행을 지시한 주범 이 모씨는 따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