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승용차 수출액 줄어든 만큼 상품수지 흑자도 감소

2024-09-06 13:00:18 게재

7월 상품수지 흑자, 전달보다 32.5억달러 줄어

반도체·승용차 수출액 같은 기간 30.4억달러↓

“수출구조 바꾸지 않으면 장기침체 못 벗어나”

반도체와 승용차 수출이 감소하자 상품수지 흑자 규모도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이들 품목이 차지하는 절대적 위상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국제수지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4년 7월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7월 상품수지 흑자는 84억9000만달러로 전달(117억4000만달러) 대비 32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7월 수출은 586억3000만달러로 6월(589억9000만달러)에 비해 3억6000만달러 감소했지만, 수입은 501억4000만달러로 전달(472억5000만달러) 대비 28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상품수지 흑자규모 감소는 대체로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승용차의 수출액 감소분과 비슷하다. 통관기준으로 7월 반도체 수출액은 114억2000만달러로 6월(136억2000만달러)보다 22억달러 감소했고, 승용차는 51억8000만달러로 6월(60억2000만달러) 보다 8억4000만달러 줄었다. 반도체와 승용차 수출 감소액만 30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흐름은 6월 상품수지 흑자가 5월(87억5000만달러)보다 29억9000만달러 증가했을 때도 나타났다. 6월 반도체 수출액은 5월(115억5000만달러)보다 20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다만 승용차는 6월에도 5월(62억9000만달러)보다 2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이처럼 반도체와 승용차 등 특정 품목의 수출 추이가 상품수지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한국무역협회 등의 국제무역 통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2020~2022년 수출품목 집중도는 779.3포인트로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수출품목 집중도는 개별품목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반영해 산출한 지수로 수치가 높을 수록 해당 품목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10대 수출국의 수출품목 집중도는 평균은 548.1포인트였다. 일본이 753.0포인트로 높은 편에 속했고, 중국(640.2)과 미국(425.8)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 기간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승용차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0%에 육박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여서 관련 시장이 죽으면 역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수출산업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장기침체 또는 저성장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한은이 발표한 7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91억3000만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올해 4월 외국인에 대한 배당 증가 등으로 1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5월(89억2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한 뒤 석달째 이어지고 있다.

상품수지(84억9000만달러)는 지난해 4월 이후 16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지만, 서비스수지는 23억8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7월 휴가시즌으로 인해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늘어난 반면 외국인의 국내여행은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서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31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배당 지급이 줄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가 27억9000만달러로 6월(23억4000만달러)보다 4억5000만달러 늘었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10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43억3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29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01억1000만달러 증가했고, 외국인의 국내투자도 39억2000만달러 늘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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