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여성 뇌졸중, 여성만의 위험인자가 있다

2024-09-09 13:00:01 게재

뇌졸중은 갑자기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서(뇌출혈) 발생하는 중증응급질환이다. 뇌경색이 발생하는 비율은 뇌출혈보다 훨씬 많아서 전세계적으로 80% 정도가 뇌경색이고, 뇌출혈은 15% 가량 된다. 뇌졸중의 대표적인 위험인자에는 고령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방세동 음주 흡연 비만 등이 있다. 이러한 위험인자는 성별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며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공통 위험인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신체적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이 있는 것처럼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뇌졸중 위험인자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임신과 출산이다. 모성 뇌졸중, 즉 임신성 뇌졸중으로 따로 분류될 정도로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젊은 여성들의 뇌졸중 위험은 그렇지 않은 또래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성 뇌졸중은 임신 시기부터 출산 후 12주까지 발생하는 뇌졸중을 의미하는데, 10만명 임산부 중 30명 정도에서 발생한다.

모성 뇌졸중은 일반 뇌졸중 발생과는 다르게 뇌출혈이 더 많이 발생하는데 전체 60% 정도를 차지한다. 임신 시기에 따른 위험도도 다른데 분만 전 10%, 분만 중에 40%, 분만 후 산욕기에 50%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임신과정 뿐 아니라 출산 직후에도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임신성 뇌졸중, 젊은 여성에게도 위험

임신이 뇌졸중 위험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임신 이후 전신 혈류양과 심박출량이 증가해 심장과 혈관에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것과 더불어 임신성 고혈압이 있는 경우는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고, 전자간증·자간증이 있는 경우 그 위험은 더 높아진다. 또한 임신 중에는 출산 중 출혈을 막기 위해 응고인자가 증가하게 되어 뇌경색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

모성 뇌졸중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은 임신 전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기존에 뇌혈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 조짐 편두통, 흡연력이 있는 경우, 산모의 나이가 많을 경우 등이 있다.

특히 임신성 고혈압이 있는 경우 뇌졸중 위험이 2~3배 높아지므로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임신 전후에 혈압 혈당 관리 및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

모성 뇌졸중은 일반 뇌졸중과 증상이 다를까. 뇌졸중 증상은 다르지 않다. 갑자기 발생하는 발음장애 편측마비 실어증 심한 어지럼증 혹은 두통 구토 복시 안구편위 등 뇌졸중 증상이 모성 뇌졸중에도 나타난다. 따라서 임신 중 이러한 증상이 갑자기 발생하면 즉시 119 신고 후 병원을 방문해서 검사와 급성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신 중 뇌졸중 증상으로 응급실에 갈 경우 진단을 위해 뇌CT, 뇌MRI를 해도 되는지 치료를 받아도 되는지, 검사와 치료가 태아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걱정부터 앞설 수 있다. 뇌CT를 시행할 때 노출될 수 있는 방사선은 임신 8~15주까지 영향이 가장 많으며 임신 16~25주에는 그 위험도가 감소하고 25주 이후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CT 시행이 필요하다면 임신 주수를 고려해 납복으로 복부를 차폐하고 시행하기도 한다. 뇌MRI의 경우는 검사 시행 중 발생하는 소음 이외에는 태아에 큰 영향이 없어 CT 시행이 어려울 경우 MRI를 시행하면 된다. 하지만 MRI 조영제는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조영제 사용은 상황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그렇다면 뇌졸중의 급성기 치료, 특히 뇌경색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될까. 산모라고 해서 그 치료 과정이 다르지는 않다. 증상 발생 4~5시간 이내 병원에 방문했다면 정맥내 혈전용해제 (tPA)를 투약하게 된다.

임신이 절대적 금기 사항이 아니므로, 출혈의 위험을 고려해 주의해 투약을 결정할 수 있다. 큰 뇌내혈관이 막혔다면 동맥내 혈전제거술을 하게 되는데 방사선과 조영제 노출로 인한 위험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 때문에 시술을 하지 않는다면 중증 뇌경색으로 인한 심한 후유증이 남거나 사망의 위험이 있고 이러한 후유증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좋지 않으므로 위험과 이득을 고려해 차폐하고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임신 전후, 출산 직후 건강관리 필요

생명의 탄생을 위한 임신은 소중하고 숭고한 과정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신체에 여러 변화가 발생하며 질병 발생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임신 전후, 출산 이후 건강관리를 하고 위험요인을 조절하게 된다면 건강하고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뇌졸중 증상도 숙지해 골든타임 내 치료로 뇌졸중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반드시 기억하자.

김태정 서울대병원 교수 신경과/중환자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