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대출규제’ 효과있는 정책인가
최근 대출규제 강화로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출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게 나타나자 정부에서는 규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금리인하가 조만간 예견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정책 피봇, 금리인하 기대감도 커지고 있어 대출 조이기는 보다 강화될 조짐이다.
은행 중심의 규제정책 얼마나 효과있을지 실효성 의문
지난 7월부터 이어진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과 수도권 주택 등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규제(DSR )가 9월부터 시행되고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 등 은행을 통한 규제의 강도도 강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 규제강화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제2금융권을 포함한 모든 가계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시기를 앞당기고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강화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상태다. 하지만 대출 공급자인 은행 중심의 규제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가계대출 규제의 규제 영향 분석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정책의 실효성은 은행과 같은 자금 공급자의 행태뿐이 아니라 자금 수요자에 따라 결정된다. 아무리 정책당국이 은행을 통해 대출 조이기를 하더라도 수요자들의 태도 즉 기대가 바뀌지 않는다면 대출이 실제 줄지 않을 수 있다.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수요가 크다면 이러한 공급제약은 시장왜곡만 가져올 뿐 궁극적으로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최근 시장의 대출수요는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와 손실회피 성향 확대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부동산가격이 다시 뛸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해 있다면 어떤 비용으로라도 대출을 늘리고자 할 것이다. 최근 사람들의 주택에 대한 관점이 거주목적 이상의 투자 대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부동산의 높은 자본이득을 그대로 용인하거나 유지한다면 이에 대한 레버리지 수요는 확대될 것이다. 더욱이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본이득 기회를 잡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회피성향이 확대되고 있어 이들의 대출수요를 금리인상이나 총량규제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대출수요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주택가격 안정화 노력이 필요한데 최근 추진하고 있는 주택정책 역시 그 실효성을 찾기 어렵다. 그동안 주택정책이 특례대출 제공과 같은 대출을 중심으로 한 주택금융정책의 성격이 컸지, 실제 주택공급을 늘리거나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있어 효과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지난달 8월에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지만 주택공급 시차로 인해 시장에서의 반응은 싸늘하다. 고령화의 빠른 진행 등을 고려할 때 부동산의 주 보유계층인 중고령층의 매물이 확대되어야 하는데 이 역시도 보유세 완화 등으로 인해 한계가 있어 보인다.
'주택가격 안정' 위한 근본적 정책 세우고 일관된 추진 필요한 때
최근 주택수요는 금리인하 기대로 커지고 있는 반면 공급은 신축이나 기존 주택 모두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가격상승 기대 등으로 대출규제를 통해 달성하려 했던 가계부채 축소와 주택가격 안정화는 요원해 보인다. 주택가격 안정이 어렵기에 대출수요는 지속적이고 거기에 금리인하가 목전이라면 아무리 대출규제를 강화한들 지금과 같은 대출시장의 혼란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가 지속되고 가격안정에 대한 정부의 통일된 시그널이 보이지 않는 한 부동산 대출수요는 지속되고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여건을 고려할 때 냉온탕을 넘나드는 은행 대상의 대출규제보다는 대출수요를 줄이기 위한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근본적인 처방과 이를 위한 정책의 일관된 추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