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 후예를 찾아서 |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해상법 지키고 저변 확대하는 교두보

2024-09-09 13:00:01 게재

코로나 이후 바다전문가대화 165회 계속

항만·물류·조선·수산 등 해운 연관 연구

우리나라에서 수출입 화물의 99%는 해상으로 운송한다. 연안해운도 국내 교통과 물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체 6편으로 구성된 상법에서 4편 ‘회사’에 이어 5편에 ‘해상’을 두고 있는 이유다. 6편은 ‘항공운송’이다.

해상법은 선박운항과 관련한 법률 문제를 다룬다. 미국 일본 영국은 국제해상물품운송법이라고 불리는 단행법을 갖고 있지만 한국은 상법 제5편 해상에 함께 두고 있다.

한국에서 해상법의 위상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는 지난달 30~31일 이틀에 걸쳐 고려대 CJ법학관에서 제14회 동아시아 해상법 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제공

8일 김인현 고려대 명예교수(법학)는 “1970년대까지는 해상법이 법학의 중요한 분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현재 서울에서 해상법 강좌가 개설된 법학전문대학원은 고려대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는 이런 흐름 속에서 만들어졌다. 선장 출신인 김 교수가 주도해 2009년 고려대 법학연구원 아래 해상법연구센터 소장을 맡았다. 연구교수 1명과 연구조교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센터는 해상법 논문연구와 소개, 해상법 전문가 강좌를 열고 ‘동아시아 해상법포럼’ ‘선박건조·금융법 정책연구회’ ‘해운조선물류 안정화 포럼’ 등의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남성해운 제이에코 유일중공업 등의 후원으로 ‘해상풍력산업 이해를 위한 워크숍’을 여는 등 새로운 산업동향에 대한 연구도 계속하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는 온라인을 이용해 ‘바다 전문가 대화’를 시작, 7일까지 165강을 이어오고 있다.

◆한·중·일 3국 해상법 동향 공유 = 센터는 지난달 30~31일 이틀에 걸쳐 고려대 CJ법학관에서 제14회 동아시아 해상법 포럼을 개최했다. 참여한 한·중·일 3국 해상법 학자와 변호사들은 최근 해상법 동향과 디지털 전환, 해운업에서 탈탄소화 흐름과 해상법에 대한 법적 의미 등을 논의했다.

포럼은 고려대와 일본 와세다대, 중국 대련해사대가 2008년부터 시작했다. 이 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 개회사로 시작한 이날 포럼에서 환영사를 한 주주오시안 중국 대련해사대학장, 노태악 대법관, 권성원 한국해법학회장은 모두 “동아시아의 해상운송 비중이 세계무역에서 커지고 있다”며 “동아시아 해상법 포럼은 아시아 국가의 학자들과 변호사들이 연구할 좋은 기회가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첫날는 제임스 후 상해해사대 교수가 중국 해상법의 개정 경과와 전망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센터에 따르면 후 교수는 해상물건운송법의 현대화, 선박기인 해양오염에 대한 보상 법체계의 확립, 책임제한 상향에 대한 국제적 동향 및 여객의 사망 또는 상해에 대한 책임 제한 도입 등을 소개하면서 개정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슈지 야마구치 변호사(일본)는 동아시아 해상법 포럼의 16년 간의 역사를 짚고 일본 해상법 개정 경과를 설명했다.

야마구치 변호사는 전자선하증권을 도입하려는 일본 해상법 개정안은 유엔 국제 무역법 위원회(UNCITRAL)의 전자양도성기록 모델법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일본의 해상법 최근 동향은 이날 토론에서도 다뤘다.

중국 해상법 개정안은 특히 ‘선박의 소유권’에 대해 건조 중인 선박의 소유권은 당사자 계약에 따라 정해진다고 명시했다. 다만, 계약이 없을 때에는 조선소에게 속한다고 분명히 했다.

센터는 중국 해상법 적용범위가 확대되는 경향을 주목했다. 그간 해상법 적용에서 배제됐던 연안운송과 내륙수로운송에까지 해상법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홍콩의 법무법인에서 리안준 리 변호사는 홍콩 해운판례법의 최근 동향을 발표하고, 한국의 해상법 판례는 김 교수가 발표했다.

둘째날에는 디지털 전환, 해운업의 탈탄소화 및 해상법에 대한 법적 함의를 다뤘다.

김 교수는 ‘무인 선박과 한국 해상법에 대한 법적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하며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에 따른 해상법적 시사점을 짚고 개정방안을 제시했다.

이현균 박사는 탈탄소화에 따른 민사법적인 쟁점을 다뤘다. 선박연료유의 공급은 정기용선자가 부담할 사항이고, 기관의 설치는 선박소유자가 부담하는 사항이라고 보았다.

◆입법·사법·행정부와 산·학에서 역할 기대 = 센터는 2020년 10월 코로나 시절에 비대면 온라인으로 시작한 바다 저자·전문가와의 대화(바다 공부모임)를 시작했다.

김 교수는 “해운 조선 항만·물류 수산 분야에 대해 더 많이 알게되면 바다관련 산업이 더 발달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온라인을 활용하면 시간과 공간 제약을 뛰어 넘어 더 많은 사람들과 지식과 정보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처음에는 바다 관련 저서를 쓴 20명을 모시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초기 30명이던 회원은 현재 98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센터는 바다관련 공부모임을 체계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모임을 사단법인화하기로 하고, 7월 25일 관련 총회를 개최했다.

7일 열린 ‘바다, 저자와의 대화’ 제165강은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가 자율운항선박에 대해 발표하고, 회원들이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줌 토론에는 80여명이 참여했다.

센터를 개설하고 바다공부모임 등으로 해상법 연구영역과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김 교수는 지난 4일 정년퇴임하고 고려대 명예교수로 추대됐다. 이날 퇴임·추대식에는 노태악 대법관과 주호영 국회 부의장,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 정태순 한국해운협회장, 류동근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박인호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등이 축하인사를 전하며 김 교수와 고려대 해상법센터의 역할을 치하했다. 김 교수는 해상법연구센터 소장 역할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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