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비판 고리 ‘제1당 리더십’ 확보…야권 분열 차단 효과도
이재명, 문재인 전 대통령 만나 “준비 안된 정권 걱정 커”
국정운영·검찰수사 등 비판 … “재집권 위해 적극 활동”
새 지도부 정통성·재보선 앞두고 야권 대표성 확보 기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고, 불안을 키워 국민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 체제의 새지도부를 “어느 때보다 강하고 일사불란한 지도부”로 평가하고 “ 민주당이 재집권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정권에 대한 비판을 고리로 야권내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한편 이재명 대표 중심의 야권 리더십에 대한 지지 효과를 기대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또 새 지도부 출범 후 처음 맞는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 내 분열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민석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와 함께 김해 봉하마을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또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회동을 갖고 50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 직후 김해·양산 방문을 준비했다가 코로나 치료를 위해 일정을 미뤘다.
이 대표를 만난 권양숙 여사는 “주변에서 ‘이 대표 만나보니 어떤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식성도 그렇고 노 전 대통령과 많이 닮았다’고 대답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산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진행된 회동에서는 문 전 대통령과 관련한 검찰 수사,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민주당의 재집권 등을 놓고 대화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김정숙) 여사와 대통령 가족에 대한 현 정부의 작태는 정치적으로, 법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라며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강하게 임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나나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당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최근 문 전 대통령과 딸 다혜 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이 대표의 지시로 기존 검찰수사대책위를 확대해 ‘전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검찰권이 흉기가 되고 정치 보복의 수단이 되는 현실”에 공감하고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고, 불안을 키워 국민의 걱정이 크다’는 데 공감했다”라고도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강하고 일사불란한 지도부가 이끄는 민주당이 재집권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며 “민생과 정치뿐만 아니라 안보와 국방 문제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민주당이 지난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에서 45%를 얻었다”며 “재집권을 위해 지지 기반을 넓히는 작업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이날 방문을 두고 야당내 리더십을 곧추 세우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이 ‘이재명 지도부 체제’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을 끌어내면서 이 대표 리더십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야권 내 분열 움직임을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민주당 재집권을 위해 현실적으로 이 대표의 리더십이 가장 유력하다는 것은 문 전 대통령도 인정하고 지원하겠다는 입장 아니냐”면서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준비 되지 않은 정권으로 어려움을 겪는 민생을 앞장서 해결다 달라는 것도 이를 강조하려 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오는 10월 전남 곡성·영광, 부산 금정구, 인천 강화 등에서 진행되는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서도 ‘민주당 중심’으로 야당이 단결해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 선거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프레임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조 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은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호남에서는 민주당과의 경쟁을, 부산·강화에서는 단일후보 전략으로 선거에 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민주당 은 그러나 독자적 선거전략을 짜겠다는 우회적인 입장표명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 만남을 두고 국민의힘은 “방탄동맹”이라며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수사와 재판으로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불복하기 위한 사법 리스크 방탄동맹 빌드업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오늘 만남은 야권의 정치세력화로 검찰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노골적 의도가 담긴 꼼수회동”이라며 “이 대표 ‘일극 체제’ 완성을 위해 친문 세력을 공천에서 배제했던 ‘친명 횡재, 비명 횡사’가 불과 몇 개월 전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