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경넘던 마약 769㎏ 적발
전용기 의원, 1년 전보다 18% 증가 … 국제우편·특송화물 가장 많아
지난해 700㎏ 넘는 마약이 밀수 과정에서 세관에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관세청·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관에 적발된 마약은 총 769㎏으로, 환산액은 약 613억원에 달했다.
2022년 적발량(624㎏)보다 18% 증가한 양이며,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적발량(148㎏)과 비교하면 5배 넘게 폭증한 수치다.
경로별로는 국제우편을 통해 밀수된 마약 규모가 327kg(328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제우편으로 들어온 커피, 위장 법률문서, 노래방 스피커 속에 마약을 숨겨 들여오려다 적발됐다. 이어 특송화물(275kg·194건), 항공 여행자의 직접 반입(148㎏·약 151억원) 등의 순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여행자를 통한 마약밀수가 크게 증가했다. 여행자를 통해 밀수된 마약은 중량을 기준으로 1년 전(36kg)보다 4배 넘게 뛰었다.
홍콩 국적 A씨는 지난달 13일 캐나다에서 출발한 여객기를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필로폰 약 20㎏을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비닐봉지에 나눠 담은 마약을 여행용 가방에 숨긴 뒤 항공기 위탁수하물로 부치는 방법으로 범행했다. 적발된 필로폰은 약 66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60억원 상당에 달한다. 기내 수하물 밀수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관세청 관계자는 “운반책 포섭을 통한 국제 마약범죄 조직의 밀수 시도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 국적의 B씨는 지난 5월 15일 필로폰 1kg을 비롯해 케타민 1kg, 대마 오일 1kg 등 다섯 종류의 마약을 여행용 가방 등에 숨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반입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플라스틱으로 된 영양제 보관함과 샴푸통 등에도 마약을 담아 위장했지만 인천공항 세관 당국에 적발됐다. 해당 마약들은 도매가 기준 약 2억3000만원으로 이는 약 7만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양이다.
조사 결과 B씨는 도박빚을 갚을 목적으로 마약을 운반하는 이른바 ‘지게꾼’ 역할을 했다. 그는 범행 닷새 전 텔레그램으로 성명불상자인 공범에게 지시를 받고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출국한 후 전달책이 사전에 현지 호텔 주차장에 숨겨둔 마약을 챙겨 국내로 운반한 것이다. 그는 해당 범행을 저지른 후 공범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마약 품목별로는 필로폰이 총 438㎏(약 408억원)으로 가장 많이 적발됐다. 이른바 ‘클럽 마약’으로 불리는 케타민 등 신종마약(172㎏·약 92억원), 대마(143㎏·약 72억원), 코카인(11㎏·약 3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적발건수 한 건당 평균 중량은 1092g이었다. 1년 전(810g)보다 35% 늘어나며 처음으로 1㎏을 넘었다. 마약 밀반입 규모가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되는 10g 이하 소량 마약 밀수 적발 건수는 175건에서 117건으로 줄었다.
특히 필로폰, 케타민 등 중독성이 높은 이른바 ‘경성 마약’이 꾸준히 늘고 있다. 중량을 기준으로 필로폰의 적발 비중이 전체의 57%에 달했다. 1년 전보다 15%p 늘어난 수준이다. 대마류, 수면제 등 ‘연성 마약’의 적발이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나라별로는 태국, 미국을 통한 밀수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독일, 말레이시아에서 들여오다 적발된 경우도 급증했다.
한편, 올해 1~7월 세관에 적발된 마약은 총 377㎏(약 463억원)이었다. 지난해 적발량의 49% 수준이다.
관세청은 “범정부 마약범죄 엄정 대응 기조 및 고강도 단속으로 중량은 소폭 감소했지만, 소량 마약밀수 적발이 증가했다”며 “해외에 비해 높은 국내 마약 가격, 인터넷·가상화폐 등 비대면 거래의 확산으로 마약밀수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마약이 일상으로 더는 확대되지 않도록 인천공항과 관세청, 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