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없애면 되잖아요” 난감한 변호사들
‘증거인멸’ 구속수사로 이어질 수도
인터넷서 떠도는 법률정보 경계령
서울시·교육청·검찰·경찰 협의체 구성
“변호사님 인터넷에서는 증거를 휴대폰에서 삭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데 변호사 맞으세요?”
딥페이크 범죄에 자녀가 관여했다는 학부모와 상담한 변호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변호사는 “증거인멸죄를 잘못 해석한 인터넷 게시물로 인해 학부모가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었다”며 “음주운전 증거를 인멸해 구속수사 받은 유명인 사건을 예로 들자 그때서야 잘못된 정보라는 것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경찰과 검찰의 대대적인 딥페이크 수사로 인해 변호사를 찾는 빈도가 늘고 있다.
변호사들은 “근거 없는 인터넷 게시물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범죄단체 적용될 수도 = 경찰은 텔레그램 법인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고, 검찰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거나 영리목적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엄정대응 방침을 세웠다.
이 와중에 딥페이크 단체대화방에서 탈퇴를 하거나 게시물 삭제, 휴대폰 교체 등을 ‘비법’으로 안내하는 게시물들이 범람하고 있다.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를 지낸 장일희 변호사(법무법인 YK)는 “조직적 역할 분담, 범행 은폐 등을 할 경우 ‘n번방’ 사건처럼 범죄단체 조직 및 활동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증거인멸죄는 다른 사람의 수사나 재판과 관련된 증거를 고의로 인멸, 은닉, 위조했을 때 처벌한다. 다만 본인 형사사건은 예외다. 방어권 행사로 보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일부에서 ‘증거 삭제=처벌 없음’으로 오해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를 지낸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LKB)는 “법원은 증거인멸을 시도하면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이 삭제 증거물을 찾지 못해 무죄가 선고될 수 있지만 구속수사나 실형 선고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법원은 수사 단계에서 도주 또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 수사기관에 구속영장을 내준다.
구속수사 중 수사기관이 삭제된 증거를 찾아내거나 다른 곳에서 증거를 찾아내면 재판에서 엄한 처벌로 이어진다.
◆서울서만 10대 39명 입건 = 서울경찰청 ‘딥페이크 등 허위영상물 집중 대응 TF’ 관계자는 “다양한 수사기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휴대폰에 있는 증거만 삭제했다고 모든 증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서울경찰청 TF는 지난 6일을 기준으로 101건에 대해 수사를 벌여 이중 가해자 52명을 확인했다. 10대 피의자는 39명으로 전체 75%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20대 11명(21%), 30대 2명(4%)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관도 뒤늦게나마 공동대응에 나섰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울경찰청은 ‘아동·청소년 딥페이크 공동대응 업무협약식’을 1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개최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딥페이크 성범죄 긴급 대응을 위한 4개 기관간 수사, 사법절차, 교육을 위한 협의체를 만든다.
협의체는 피해 신고시 24시간 내 영상물 삭제·차단 등 원스톱 지원을 하고, 사후관리에 대한 통합대응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또 서울경찰청은 이날 생활안전교통부장 주관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해 31개 경찰서에 예방 및 수사에 집중하도록 긴급지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자 협력체계를 가동해 피해자의 빠른 일상 회복을 돕고, 가해자 검거는 물론 청소년 가해자의 재발방지 상담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오승완 이제형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