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호소 경찰, 업무 효율성부터”

2024-09-10 13:00:01 게재

‘경찰관 과로 실태와 해결 방안’ 국회 토론회 … 치안 수요·규모 기준 재배치 필요

과로와 업무 부담 등으로 삶을 등지는 경찰관이 잇따르자 국회가 해법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경찰이 잇따라 과로로 사망한 배경에는 만성적 인력 부족이 있다면서도 먼저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인력 재배치와 실적 위주의 평가 등 경찰 내부 조직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임호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9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와 함께 ‘경찰관 과로 실태와 해결방안’을 주제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범죄 다양화, 업무 쏠림 심화 = 이날 전문가들은 범죄 다양화에 따른 업무 쏠림이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발제자로 나선 강소연 교수(건국대 경찰학과)는 “최근 몇 년 새 스토킹처벌법 제정과 디지털 성착취·딥페이크 등 범죄 양상의 다양화, 가정폭력·아동학대 등 피해자보호·지원 확대로 경찰 개입이 폭증했다”며 “만성적 경찰 인력난에는 적극적인 충원이 절실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시대와 범죄 양상의 변화에 따른 경찰 기능 개편, 치안 수요와 규모에 따른 인력 배치의 적정성과 효율성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관 직무스트레스 원인이 조직개편에 따른 인력 부족보다는 업무를 기피하게 만든 여건에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면서 “적정한 인력 확보와 업무 여건 개선 등 사기 진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또 치안 수요에 따른 인력 재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강조했다.

그는 “경기남부청은 경찰관 1명당 544명을 담당하는데 서울청은 313명을 담당해 지역별 격차가 크다”며 “치안수요와 규모에 따른 인력 배치의 적정성과 효율성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경찰 전체 인력은 2018년부터 5년간 10%(1만2656명)가량 증가했지만 수사인력은 3만4679명에서 3만5917명으로 3.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 지난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찰은 주 평균 55.3시간 근무하고 있으며,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찰관의 비중은 56.8%로 나타났다.

특히 업무 집중 시기의 비상근무 상황에서는 주당 평균 78.1시간을 근무해 평시 초과 근무 시간(15.3시간)과 비교해 약 2.5배 높은 강도로 근무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지난 7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개푀한 ‘연이은 경찰관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객관적 조직 진단, 업무 정비 필요” = 송관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도 “경찰 인력 증원 요구는 자칫 밥그릇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경찰력 강화가 시민 안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며 “이런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조직 진단과 업무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인력난과 과도한 업무가 불필요한 업무를 조정하거나 현장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선될 수 있는지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어느 정도 증원하는 것이 요구되는지 정확히 진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다산의 이주희 변호사는 “경찰 인력의 ‘양적 증가’는 이미 이뤄지고 있어 무작정 경찰 인력을 더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기본 법제도 마련돼있고 인력도 어느 정도 증가하는 추세에서 여전히 경찰이 과로와 업무 부담을 겪고 있다는 것은 경찰 조직과 구성 그리고 내부 시스템의 비효율성과 더딘 제도개선의 문제가 중첩돼 발생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면서 “경찰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와 실행력, 현장 중심의 시스템 개선, 그리고 국민 신뢰확보를 통한 지지 기반 마련 등 종합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실적위주 평가도 위기 불러 =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은 124명이다. 단순 산술적으로 보면 해마다 약 21명의 경찰관이 사망했다.

직무별로는 같은 기간 동안 숨진 지역경찰이 전체 사망자의 48.7%(62명)에 달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50대(41%, 45명), 계급별로는 경위(59%, 66명) 직급이 많았다.

사망 원인으로는 정신문제(21.8%)가 가장 많았고, 직장문제(21.8%)와 경제문제(20.2%)가 뒤를 이었다.

‘2023 자살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일반 국민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44.8%)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경찰은 업무 관련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일반인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위직 비율이 공무원 중 최하위 수준인 데다 정해진 기간 내에 승진하지 못하면 강제 퇴직하는 ‘계급 정년’까지 있어 지나친 실적 위주 평가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경찰관도 많다.

강 교수는 “경찰은 일반 공무원에 비해 2배 이상 정신건강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 7월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 부서에서 일하던 30대 A 경위, 충남 예산경찰서 소속 B 경사, 서울 동작경찰서 C 경감 등 일주일 새 일선 경찰관 3명이 숨지고, 서울 혜화경찰서 소속 D 경감이 한강에 투신했다가 구조되면서 경찰은 물론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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