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미사일 거래’ 러·이란 제재
언론보도에 무더기 제재
이란 “추악한 허위선전”
이란이 최근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대량 공급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를 기초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과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를 단행했다. 이란은 사실무근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추가 확인보다는 신속한 제재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미국 재무부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란의 대러시아 탄도미사일 공급을 포함한 대러 군사지원에 관여한 이란과 러시아 개인 10명과 6개 회사, 이란산 무기 부품과 무기 시스템의 대러시아 전달에 관여한 선박 4척 등을 제재 대상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이란의 불법적 무기 확산 및 획득에 관여한 국적 항공사 이란항공과, 이란-러시아 간의 무기 거래 등에 관여한 러시아 기반 해운 회사 2곳 등 총 3개 법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 이란의 무기를 러시아에 공급하는 데 관여한 러시아 해운 회사 소속 선박 5척도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 미국 제재 대상에 포함된 사람의 미국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과의 거래 및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아울러 미국의 일부 파트너 국가들은 이란항공의 자국 취항을 추가적으로 제한하는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미 재무부는 전했다. 여기에는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이 우선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은 “오늘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란의 무분별한 대러시아 탄도미사일 확산 결정에 대응해 조율된 조처를 취한다”며 이란이 러시아에 공급하는 미사일들은 러시아의 대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은 러시아의 불법적 전쟁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며 “미국은 우리의 파트너들과 함께 계속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도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EU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EEAS)은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 지시에 따라 EU 회원국들에게 이란에 대한 신규 제재안을 제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제재 시행을 위해선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피터 스타노 EEAS 대변인은 “우리는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러시아로 이전됐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보렐 고위대표는 이란 측 파트너들과 양자 접촉에서 그러한 결정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해 왔다”고 전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지난 7일 이란이 수백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러시아로 선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와 이어진 제재에 대해 이란은 “추악한 선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10일 로이터 통신보도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란이 무기를 일부 국가로 이전한다는 허위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소식을 퍼뜨리는 것은 추악한 프로파간다(선전)일 뿐”이라며 “미국과 일부 서방 국가들은 가자지구 대량 학살에 막대한 규모의 불법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은폐하고자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거짓말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전쟁범죄와 대량학살 책임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돌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또 영국, 프랑스, 독일이 이날 공동성명에서 항공 서비스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적대적 정책이자 경제적 테러”라고 비난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그는 “유럽 3개국은 상응하는 이란의 비례적 조치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해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판매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