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애견카페를 개업했는데 그해 11월부터 민원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현행법상 실내에서 견주와 반려동물이 같이 앉아서 음식 섭취를 하면 불법이라는 거예요. 정말 난감했는데 다행히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신청, 승인받아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됐습니다.”

8일 오후 2시 경기 화성시 반월동의 ‘카페 사개’에서 만난 정성훈 대표는 개업 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토로했다. 식품위생법 제36조에 따르면 식품접객업소는 동물의 출입, 전시 또는 사육이 수반되는 영업을 하려는 경우 분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식당 카페 등에서 사람과 반려동물 동반 취식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정 대표는 “세무사와 상담해 휴게음식점 반려용품 소매점 등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받아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실내에서 반려동물은 케이지 등 다른 공간에 격리해야 해 사실상 영업이 어렵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한 사람들은 그런 내용을 알고 있었고 저희 매장에 와봤거나 후기를 보고 문제를 제기한 것 같다”며 “계도하러 온 담당공무원이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알려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4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방문상담과 컨설팅을 받아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신청 후 반려견과 견주(사람)의 용기 분리, 큐알 등 예방접종 관리시스템, 책임보험 가입 등 정부가 제시한 개선사항을 이행했고 지난 7월 18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 확인서’를 받았다. 주요내용은 영업장 내 식품취급시설(조리장, 원료보관창고)을 제외한 장소의 동물출입을 허용, 소비자가 반려동물과 식·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애견카페 문을 연지 1년 3개월 만에 합법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외식할 수 있는 음식점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정 대표는 “대부분 애견카페들이 이런 문제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실에 맞게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그 전까지는 규제샌드박스를 잘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과원, 신청부터 컨설팅까지 전 과정 지원 = 규제샌드박스 제도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를 일정기간 유예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심사과정 때문에 소상공인들이 직접 승인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은 지난 4월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을 생활분야 중점과제로 정하고 11개 업체의 신청을 받아 전문가 컨설팅을 제공했다. 신청서 작성부터 사업계획 수립, 법률 검토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한 결과 현재까지 ‘카페 사개’와 ‘㈜열정’ 2곳이 규제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다. 이들 2곳은 반려동물 전용공간 마련, 위생관리 강화 등의 조건으로 실증특례를 받아 최대 4년간 규제를 유예 받는다. 나머지 9곳도 경과원의 컨설팅 지원을 받아 추가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우창기 경과원 기업SOS센터 과장은 “지난해에는 애견카페 3곳이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는데 갈수록 민원이 많아지면서 문의가 늘어 중점과제로 선정했다”며 “올해 접수된 11건은 대부분 일반 상가의 매장이어서 소상공인들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에 따르면 반려동물 동반자, 일반인의 출입구도 달라야 하고 반려동물은 케이지 등 다른 공간에 격리해야 한다”며 “식약처도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규제샌드박스로 해소하고 내년 목표로 규제를 개선할 예정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강성천 경과원장은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도민의 생활 속 불편을 해소하고 중소기업 규제와 다양한 생활 속 규제를 찾아 지속적으로 규제 혁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과원은 규제샌드박스 제도시행 이후 2019년 7월부터 지자체 최초로 규제 해소를 원하는 기업에 규제샌드박스 신청서 작성부터 사업화 컨설팅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8월 20일 기준)까지 245건의 규제를 발굴, 190곳에 컨설팅을 제공했고 39곳이 규제특례를 승인받았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