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심 선고, 김건희 여사 검찰 수사 영향 ‘촉각’
‘전주’ 손모씨 ‘방조혐의’ 인정되면 김 여사 기소압박 커질 듯
손씨 무죄면 무혐의 처분에 무게 … “김 여사와 별개”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선고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진다. 선고 결과가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권순형 부장판사)는 오는 1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에 대한 항소심 결과를 선고한다.
이 사건은 권 전 회장 등이 2009~2012년 주가조작 ‘선수’와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들과 함께 157개 계좌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2008년 도이치모터스가 우회상장한 후 주가하락이 이어지자 권 전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 등에게 주가조작을 의뢰했고, 통정매매 등을 통해 2000원대였던 주가를 8000원까지 높였다고 보고 권 전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해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또 주가조작 ‘선수’로 활동한 이 모씨는 벌금 5000만원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공범 5명에게는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다만 또 다른 선수로 지목된 김 모씨와 ‘전주’로 가담한 의혹을 받는 손 모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시세 조작에 김 여사 명의의 계좌 3개가 활용됐다고 인정했지만 김 여사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주목받는 대목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과정에 공모했는지 여부인 만큼 항소심에서 권 전 회장보다는 손씨의 선고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본인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활용되는 등 김 여사가 손씨와 유사한 행위를 했다고 의심받고 있어서다.
손씨는 자신과 아내, 회사 명의 계좌 등을 이용해 고가매수 등 이상매매 주문을 제출하고 대량매집행위를 하는 등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아 ‘전주’ 가운데 유일하게 주가조작 공범으로 기소됐던 인물이다. 1심 재판부는 손씨가 주가조작 일당과 공동으로 시세조종에 나섰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관해 이른바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손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지난 7월 결심 공판에서 “손씨는 대출받은 100억원으로 대규모 주식을 매수하면서 시세에 인위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담을 했고 최소한 방조 혐의는 인정된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방조행위는 정범(범죄를 실행한 이)이 범행을 한다는 점을 알면서 그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로 범행 인정 범위가 공범보다 넓다.
항소심에서 손씨의 방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김 여사에 대해서도 최소한 방조 혐의를 적용해 기소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손씨가 무죄를 선고받으면 김 여사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미뤄왔던 검찰도 무혐의 종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지난 7월 20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를 마친 상태다.
법조계에선 손씨와 김 여사의 주가조작 관여 혐의 정도가 다른 만큼 손씨의 무죄를 김 여사의 무혐의로 곧바로 연결 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1심 재판과정에서 김 여사는 자신의 계좌를 주가조작 일당에게 일임하거나 그들과 의사소통하며 운용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통정·가장매매는 102건이었는데 이중 김 여사 계좌를 통한 거래가 48건에 달했다. 검찰은 1심 재판 중 김 여사와 그의 모친 최은순씨가 주식거래를 통해 거둔 이익이 23억원에 가깝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반면 손씨는 자신과 아내 등 명의 계좌를 모두 스스로 운영했고, 통정·가장매매로 인정된 거래는 없었다. 게다가 손씨는 주식 거래과정에서 1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주가조작 가담 혐의의 정도가 다른 만큼 손씨의 재판 결과를 김 여사와 직접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손씨 선고 결과와 별개로 김 여사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