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들, 트럼프 응원” vs “북중, 날 두려워해”
트럼프 “우크라전쟁 종전이 미국에 이익”
해리스 “바이든 아프간 철군 결정에 동의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북한·러시아·중국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전쟁과 대이스라엘 정책,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 외교정책 사안을 놓고도 한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해리스 “트럼프, 김정은과 러브레터”…트럼프 “푸틴이 해리스 지지” = 해리스는 “도널드 트럼프가 국가안보 및 대외정책에서 약하고 틀렸다는 것과, 그가 독재자들을 존경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트럼프)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멋지다’(brilliant)고 했으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러브레터’들을 교환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공세를 폈다.
그러면서 “또한 당신(트럼프)이 다시 대통령이 되길 이들 독재자가 응원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왜냐하면 그들은 당신을 아첨과 호의로 조종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것이 당신과 함께 일한 그렇게 많은 군 지휘관이 내게 당신은 ‘수치’라고 말한 이유”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트럼프는 “지난주 푸틴이 그녀(해리스)를 지지했는데, 나는 그가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되받아쳤다.
그는 이어 “왜 바이든(대통령)은 키스톤 파이프라인(미국과 캐나다간 송유관) 사업은 죽이고,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2(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는 승인했는가”라고 반문하며 해리스 부통령이 몸담은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강력히 맞서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는 자신과 친분이 깊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자신에게 해 준 말을 인용한다면서 ‘중국과 북한이 트럼프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런 뒤 트럼프는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대통령일 때 김정은 위원장과 3차례 만나가며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동결시켰던 것과 달리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임기 동안 연이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도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소재로 한 두 후보의 언급은 이 정도에 불과했지만, 대북 접근법과 인식의 현격한 차이가 다시 드러난 셈이다.
트럼프와 김 위원장 간 정상외교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독재자에 놀아난 일’ 정도로 폄훼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핵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시도였으며, 북한이 오히려 자신을 어려워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두 후보는 7~8월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할 때도 상반된 대북관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리스는 “나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폭군이나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우크라이나전쟁 놓고도 충돌 = 두 사람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도 정면으로 충돌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이기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전쟁이 끝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유럽이 미국보다 적게 우크리아나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과거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상대로 ‘돈을 안 내면 보호하지 않겠다’고 말해 NATO 국가들이 방위비를 냈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 이를 해결하겠다”면서 “나는 한 쪽과 얘기하고 다른 쪽과도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퇴임할 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조 바이든은 그것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차 세계 대전 위기가 현실화 될 수 있다면서 “우리 대통령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이기는 것이 미국의 이익이라고 믿느냐’는 질문에 “미국의 최선의 이익은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면서 “협상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든 생명이 파괴되는 것을 멈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리스는 “당신의 상대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미국의 지원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국가로 우뚝 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푸틴은 지금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에 있을 것”이라면서 트럼프를 향해 “푸틴이 하려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유럽과 나토 동맹국이 당신이 왜 대통령이 아닌 것에 대해 감사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왜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폴란드계 미국인 80만명에게 당신이 얼마나 빨리 독재자와의 점심과 호의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포기한다고 말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에 평화 협상을 했으나 전쟁 발발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 =가자지구 전쟁도 거친 공방전의 소재였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이스라엘을 싫어한다”면서 “만약 그녀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스라엘은 2년 이내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몰아세웠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는 “그건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며 트럼프가 또다시 국가를 분열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해리스는 “내 경력과 인생을 통틀어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국민들을 지지해왔다”며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고,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이 이스라엘에 가하는 위협과 관련해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역량을 언제나 지원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지속적인 분쟁으로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이 너무 많은 목숨을 잃었다”며 “전쟁을 즉시 끝내고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해서는 휴전 협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전에도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가자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며,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이스라엘은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온 바 있다. 해리스는 줄곧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해리스 “바이든 아프간철군 결정 동의” vs 트럼프 “최악 철수” = 지난 202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책임론을 둘러싼 충돌도 빚어졌다. 해리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결정에 동의한다”며 “미국은 그 끝없는 전쟁을 위해 하루에 3억달러(약 4000억원)를 지불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철군 결과 지금 현재 전투 지역에서 복무 중인 미군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를 향해서는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우회하고 아프가니스탄 테러 조직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벌였다. 협상을 통해 탈레반은 5000명의 테러리스트를 확보했고, 그들은 풀려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 탈레반과 평화 합의 서명을 위해 탈레반 지도자들을 캠프데이비드에 초청하려 했던 점을 언급하며 공세를 가했다.
해리스는 “이 전직 대통령이 그들을 캠프데이비드로 초청하려 한 것은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역할과 책임감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는 “당시를 보면 탈레반은 우리 군인들을 죽이고 있었다. 내가 탈레반에 관여하게 된 이유는 아프가니스탄 내의 무장세력이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당시 탈레반 지도자였던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언급, “압둘에게 더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며 “압둘은 나에게 ‘왜 우리 집 사진을 보내느냐’고 하기에 ‘그건 네가 알아봐야 해’라고 했다. 그러자 18개월 동안 (미군은)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특히 미군의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당시 극단주의 단체의 카불공항 자폭테러로 미군 13명이 숨진 사건을 거론, “이 사람들은(바이든 행정부) 최악의 철수를 했고,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순간이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