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신설 학과 따라잡기
보다 유망한 전공 찾고 싶다면?
최근 성균관대가 잇따라 신설 학과를 선보였다. 지난해 에너지학과와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를 신설, 첫 신입생이 올해 입학했으며 2025 대입에서도 자유전공계열과 양자정보공학과를 새로 개설했다.
유망 첨단학과인 데다 자유전공계열은 아직 진로를 모색 중이거나 중도에 변경한 수험생은 물론, 선호도 높은 학과에 보다 낮은 문턱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성균관대는 올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계열(전공) 적합성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특정 전공과 계열에 부합하지 않아도, 다양한 관심사와 학업 역량을 바탕으로 폭넓게 진로를 탐색한 학생에게 지원 기회가 열려 있다고 설명한다. 수험생 입장에선 지원에 대한 부담이 덜한 셈이다. 단, 입학 후 적응하고 공부하려면, 단순히 유망하다는 사실을 넘어 교육과정과 진출 분야를 어느 정도 파악해두어야 한다. 자유전공계열과 에너지학과,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 등 성균관대의 신설 학과를 소개한다.
/성균관대 2025학년 수시전형 주요 사항/
<자유전공계열 신설>
- 수시 170명·정시 110명 선발
- 인문·자연 계열 구분 없이 40여 개 전공으로 자유롭게 진입 가능. 단, 의·약학 계열, 사범대학, 예체능 계열, 첨단학과, 계약학과, 건축학과, 응용AI융합학부 제외
<양자정보공학과 신설>
- 종합(탐구형) 13명, 종합(과학인재) 5명, 정시 다군 10명 등 총 28명 모집
- 첨단 분야를 이끌 인재 양성을 목표로 실습과 체험 중심 교육에 특화
- 종합(탐구형)은 서류 평가 100%로 선발하며, 과학인재전형은 1단계 학생부 평가(7배수)+2단계 수학·과학 교과 면접을 실시해 2단계 면접 영향력이 큼
<종합전형에서 계열(전공) 적합성 반영 X>
- 종합전형의 학생부 평가 요소 중 종전 개인 역량을 탐구 역량으로 바꿔 탐구 확장성·주도성을 평가
- 학생부에 드러난 관심 분야가 반드시 지원 학과와 일치하지 않아도 지원 가능
<종합전형 수능 후 면접 실시 확대 및 전형 간 중복 지원 가능>
- 자유전공계열, 의예과, 과학인재전형은 수능 후에 면접 실시. 단, 사범대학과 스포츠과학과 면접은 수능 전 실시
- 전형 간 중복 지원을 허용함에 따라 종합전형인 융합형, 탐구형, 과학인재전형 간 중복 지원 가능. 단, 동일 전형 내에서 서로 다른 모집 단위 지원은 불가능
<에너지학과> 에너지 문제 해결할 주도적·선제적 인재 양성
에너지학과는 에너지의 생산·변환·저장과 효율적 활용에 관심을 갖는 학과다. 즉 원리부터 활용까지 에너지 전반을 다룬다. 2024학년에 신설된 학과지만, 2008년 대학원 과정으로 설립된 에너지과학과의 15년간 축적된 교육·연구 기반을 토대로 출범했다. 이차전지, 태양전지, 반도체, 수소 에너지, 나노 소재 페로브스카이트 촉매 등의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거둔 교수진과 최첨단 연구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학과의 목표는 에너지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변화에 맞춰 미래 에너지 산업을 주도할 글로벌 ‘패스파인더 인재’ 양성이다.
에너지학과 양정운 교수는 “패스파인더 인재란 각종 에너지 문제를 ‘주도적이고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말한다. ‘경로를 따라간다’는 의미로 잘 짜인 에너지학과의 교육 로드맵을 충실히 이수한다면, 쌓인 지식을 토대로 어떤 에너지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교육과정이 탄탄하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교육과정은 크게 에너지과학, 에너지공학, 에너지시스템의 세 분야로 나뉜다. 에너지과학에서는 물리와 화학을 기반으로 한 기초 과학을, 에너지공학은 리튬전지, 태양전지, 반도체, 수소 에너지 등 차세대 에너지원을 각각 배운다. 에너지학과 교수진은 물리학, 화학 재료공학, 화학공학, 반도체 등 전공 분야가 다양하다. 미시적인 영역에서는 물리와 화학이, 거시적인 영역에서는 공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리 등의 기초 학문이, 태양전지 시스템 설계를 통해 효율을 높이려면 공학이 필요하다.
교육과정 중 에너지시스템 분야는 에너지 빅데이터 처리 기술과 빅데이터 시스템을 다루며, 기술 혁신이 경제 성장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도 살핀다.
양 교수는 “‘에너지 빅데이터 처리 기술’은 쉽게 말해 여러 에너지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적절한 에너지 소재를 찾을 때 직접 실험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직접 코딩을 하는 등 소프트웨어를 다루기보다 활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단일 전공으로 54학점, 복수전공으로 42학점의 전공 과목을 이수해야 하며, 자연과학과 공학 간의 융·복합적 교육 시스템을 통해 미래를 선도할 에너지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
졸업 후 진로는 학계, 산업계, 연구기관 등 다양하다. 에너지의 생산·변환·저장, 반도체, 첨단 에너지 기술 분야를 배운 만큼 관련 기업인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으로 진출한다.
<자유전공계열> 계열 제약 없이 진입 가능
교육부의 무전공 선발 확대 방침에 따라 성균관대는 2025학년부터 자유전공계열을 신설했다. 자신의 진로를 명확하게 세우지 못하는 고교생이 많다. 이런 학생이 입학 후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전공을 경험하면서 적성과 흥미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자유전공계열의 장점이다.
성균관대 자유전공계열의 가장 큰 특징은 인문·자연 계열 제한 없이 다양한 전공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호도가 높은 소프트웨어학과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글로벌리더학과 글로벌경영학과 등을 포함해 40여 개 전공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단, 에너지학과 등의 첨단학과,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 등의 계약학과, 의·약학, 사범대학, 예체능 계열 등은 제외된다.
특히 신설된 자유전공계열의 학생은 1학년 때 교양 기초 교육을 이수한 후 인원과 학점의 제한 없이 원하는 전공으로 진입 가능하다. 기존 계열 모집으로 진학한 학생은 1학년 학업 성적에 따라 학부·학과에 진입했다. 단, 희망 전공으로 진입하려면 선수 과목을 들어야 한다. 만약 1학년 때 선수 과목을 이수하지 못했다면 2학년 때 수강 후 3학년 때 전공에 진입하도록 설계돼 있다. 또한 진입 기회는 한 번만 주어지므로 입학 후 진로 탐색 기간을 충분히 활용해 선택해야 한다.
성균관대는 서울 인문사회과학 캠퍼스와 수원 자연과학 캠퍼스로 이원화돼 있다. 자유전공계열 학생은 선택한 수업이 어느 캠퍼스에 개설되어 있는지 살펴야 한다. 강의실 위치에 따라 수업 장소가 달라진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과전형·논술전형 수능 최저 충족 관건
자유전공계열은 계열 구분 없이 수시에서 170명, 정시 가군에서 110명을 모집한다. 서류 평가와 면접에서도 계열별 선발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아, 수험생은 보다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다. 종합(탐구형)은 114명을 모집하며, 1단계에서 학생부 100%로 5배수를 선발, 2단계에서 학생부 70%와 면접 30%를 반영해 최종 당락을 결정한다. 수능 후에 제시문 기반 인적성 면접을 실시하며,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은 없다. 교과전형은 학생부 교과를 정량 평가 80%와 정성 평가 20%를 반영해 20명을 선발한다. 최저 기준을 적용하는데, 최저 기준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 탐구 5개 영역/과목 중 3개 영역 등급 합 6등급 이내이다.
논술전형은 논술 100%로 30명을 선발한다. 수능 이후인 11월 17일에 수리 논술을 치르며, 최저 기준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 탐구 5개 영역/과목 중 3개 등급 합 5등급 이내로 교과전형보다 다소 높다.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 AI 특화, 삼성전자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
2024학년에 신설된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는 삼성전자의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다. 멀티모달(Multi Modal, 복합정보처리) AI에 특화된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생소한 ‘멀티모달’은 무엇일까?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 서의성 교수는 “멀티모달은 글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까지 인식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분야를 말한다”고 소개한다. 즉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함께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능형 소프트웨어 분야는 전문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국내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같은 대학의 소프트웨어학과와 비교했을 때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는 계약학과라는 차이가 있다. 3학년이 되면 삼성전자 입사 전형을 거쳐 입사를 보장받는다. 서 교수는 “소프트웨어 역량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학과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어려움 없이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90% 이상 통과가 목표다”라고 설명한다.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는 학·석사 5년제 통합 과정이다. 졸업 시 학사와 석사 학위를 함께 취득할 수 있고 재학 중에는 의무적으로 연구와 논문 발표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론·연구·실무를 균형 있게 배워나갈 수 있다.
입학 후 3년 6개월간은 소프트웨어 개발,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 인공지능의 기초 등을 배우고, 석사 과정에 준하는 나머지 1년 6개월간은 삼성전자와 함께 설계한 AI, 빅데이터, 임베디드 시스템 기술과 같은 전문화된 영역을 교육받으며 실습과 연구를 밀도 있게 병행한다.
코딩 경험이 없는 고교생이라면 지원을 주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고교 시절 코딩에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을 짜본 경험이 있는 학생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을 것이다. 신입생은 합격 후 입학 전인 2월과 1학년 여름방학 때 SW 합숙 교육을 받는다. 첫 학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학과가 제공하는 집중 훈련 과정을 거치면 고교 때의 경험 여부는 의미 없을 정도로 크게 성장한다. 수학적 직관력이 뛰어난 학생, 논리적 사고력을 갖춰 복잡한 문제를 쪼개서 분석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코딩 경험이 없어도 학과에 잘 적응하고 흥미를 느낄 것”이라고 강조한다.
졸업 후에는 삼성전자 DX(Digital eXperience, 소비자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상품·서비스 등을 경험하는 것)에서 주로 다루는 모바일, 생활가전, 로봇, 자율주행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로 진출한다. 최소 채용 절차를 통과한 후 졸업하면 삼성전자 SW 관련 DX 부문인 VD(Visual Display), 생활가전, MX(Mobile eXperience), 네트워크, 삼성리서치 등에 입사가 보장된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도움말 서의성 교수(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부학장),양정운 교수(성균관대학교 에너지학과 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