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 등 외국종 일색에서 국산 ‘홍로’로

2024-09-12 13:00:03 게재

추석 과일시장의 변화

30년간 국산품종 다양화

일본 품종이 차지하던 과일시장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사과 배는 기존 품종을 대신해 추석시장에 안착했다. 포도 역시 새로운 품종 보급이 시작돼 과일이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12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30년 전인 1990년과 올해 추석시장 과일 유통 품종을 비교한 결과 국내 품종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사과 점유율은 ‘후지’(도입종)가 62%, 배는 ‘신고’(도입종)이 85%를 차지할 정도로 특정 품종 점유율이 높았다. 하지만 이상기후 피해와 병해충 발생 위험 등으로 경쟁력 있는 품종 개발이 시작됐다.

1990년대 과일상자.
2004년 과일상자. 사진 농진청 제공

◆사과 = 30년 전 추석에는 다 익지 않은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색을 낸 도입종 ‘후지’나 숙기가 지나버린 여름사과 ‘쓰가루’가 유통됐다. 농촌진흥청이 1988년 국내육성 1호 사과 ‘홍로’를 개발했고 2010년 ‘아리수’ 개발로 추석 사과시장은 변화를 맞았다. 맛 좋고 껍질에 색이 잘 드는 ‘아리수’는 탄저병에 약한 ‘홍로’를 대체하며 보급 10년 만에 재배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3배 정도인 900㏊까지 확대됐다.

‘아리수’ 뒤에 등장한 품종 가운데 ‘이지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열매 달림(착과) 관리가 쉬운 ‘아리원’은 단맛과 신맛이 조화롭고 ‘감로’는 아삭한 식감에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다. ‘아리원’과 ‘이지플’은 2020년, ‘감로’는 2022년부터 묘목 업체에 접나무(접수)를 공급했고 일부 품종은 판매를 시작했다.

◆배 = 배는 30년 전 추석에는 도입종인 ‘장십랑’ ‘신고’ 위주로 유통됐다. 여전히 ‘신고’ 점유율이 높지만 현재 8월 중하순부터 시장에 나오는 국내 육성 배 ‘원황’ 면적이 42㏊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배 ‘신화’는 안성 천안 아산 등 수도권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183㏊까지 재배면적이 늘었다.

특히 ‘신화’는 ‘신고’보다 당도가 1.5브릭스 높고 익는 시기가 약 2주 이상 빠르며 병에 잘 견디는 특징이 있다. 기존에 많이 재배해 온 ‘신고’가 이른 추석 생장촉진제 처리 등으로 당도가 떨어져 소비자 불만이 있었던 점으로 비춰보면 ‘신화’의 ‘신고’ 대체 가능성은 밝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껍질 색과 모양이 독특한 ‘설원’도 간식용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설원’은 무게 560g, 당도 14.0브릭스에 저장성이 30일가량으로 우수하다. 보급 초에는 모양이 예쁘지 않아 외면받았지만 맛과 품질을 인정받으며 온라인을 통해 소량 유통 중이다.

◆포도 = 포도도 30년 전 추석 시장에는 ‘캠벨얼리’ ‘거봉’ 등이 80%를 차지하는 등 유통 품종이 단조로웠다. 하지만 최근 독특한 향과 식감, 색을 지닌 품종이 개발돼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홍주씨들리스’는 당도 18.3브릭스, 산도 0.62%에 새콤달콤하고 은은한 머스켓향이 나는 포도로 과육이 아삭하고 저장성이 우수해 유통에 유리하다. 상주 김천 천안 등 포도 주산지를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늘고 있다. ‘슈팅스타’는 솜사탕 향에 독특한 포도알 색이 특징인 씨 없는 포도로 과육이 단단하고 알 떨어짐(탈립)이 적다.

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과일 품종 다양화는 이상기상 피해와 병해충 발생 위험을 분산하고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는 것은 물론 수입 과일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확보하는 데 필수”라며 “새로운 품종 개발뿐 아니라 개발한 품종이 안정적으로 재배되도록 주산지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유통업체와 협력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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