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쌀값 대책에 농민은 ‘글쎄’
2만㏊ 사료용 전환 계획 … 농민단체 “가격보장 약속도 없이 농민 탓만”
추석을 앞두고 쌀값 문제로 농정이 들썩이고 있다.
쌀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자 정부가 올해 쌀 초과생산량 전량을 시장격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확기 이후 쌀값이 지속 하락하자 올해 수확기를 앞두고 내놓은 대책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쌀값 20만원 보장’ 약속이 없다며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농민의길)은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 수확기 쌀 대책 규탄 대회’를 열고 “쌀값 대책에서 물량이 아니라 재배면적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수매 가격·물량 등 숫자가 전혀 담기지 않은 베일에 싸인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수확기 대책을 내놓으며 ‘초과생산량 전량 시장격리’를 발표했다. 우선 재배면적 2만㏊(전략작물직불금 신청 후 벼로 회귀한 면적)에 해당하는 밥쌀을 사료용 등으로 처분한 뒤 10월 초 통계청이 발표하는 예상생산량이 여전히 소비량을 초과하면 이를 추가 격리한다는 계획이다. 11월 중순 통계청 최종 생산량이 발표된 뒤엔 필요한 경우 추가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쌀을 정부가 어떤 가격으로 수매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농민들이 쌀 농사를 지어 생산한 신곡을 밥쌀 가격이 아닌 낮은 수매가의 사료용으로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 계획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쌀을 추가 격리한다고 해도 가격 20만원(80㎏ 정곡)을 회복할지도 불투명하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야당의 ‘20만원 보장 약속’ 요구에 끝까지 답을 피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정부도 쌀값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일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80㎏들이 한가마당 17만5368원으로 올해 2월과 3월 한차례씩 가격이 오른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10월 5일 이후 계속 감소했다.
특히 이번 대책은 올해 생산된 신곡을 격리하겠다는 계획만 포함시켰다. 쌀값 불안의 근원인 구곡 대책은 불완전한 상태로 종결됐다.
하원오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정부 대책을 보니 가격보장에 대한 약속도 없었다”며 “농민들에게 쌀값 20만원을 약속하던 호기는 다 어디가고 쌀이 지금 남아도는 것이 농민들이 쌀을 많이 생산했기 때문으로만 몰아간다”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또 “수입쌀 40만8700톤은 꼬박꼬박 들여오면서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이 농민들에게 벼농사 짓는다고 페널티 준다는 건 어느 나라 정부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명기 쌀협회 회장은 “윤석열정부는 우리쌀에 대한 온갖 왜곡과 폄하를 하더니 쌀값 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묵은 쌀도 아니고 이번에 나온 햅쌀을 가축 사료로 주는 것이 무슨 대책이냐”라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