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인구대응, 통상·통일정책 접목해야
정부는 지난 6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의 신설을 추진하는 등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했다. 일·가정 양립 지원을 강화하고 교육·돌봄·주거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세부 정책도 발표했다. 7월에는 대통령실 내에 저출생수석실을 신설했다. 인구전략기획부는 교육·노동·복지 정책을 통할하고 이민정책도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21세기 고도 지식정보화 시대에 국가의 발전을 추동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국민의 지적역량이다. 국민의 지적역량은 인구통계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젊은 인구의 비중 감소를 초래한다. 이는 국민의 지적역량 감소로 이어지고 국민경제를 위축시킨다.
정부 인구정책 출산율 증가와 생산성 향상, 이민 등 국내 정책에 머물러
한국의 젊은 인구는 지난 30년 급속하게 감소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34세 청년인구는 1993년 1397만4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3년 1056만3000명으로 줄었다. 그동안 사적 교육 투자를 통한 높은 교육 수준의 힘으로 지적역량의 감소를 보강하고 첨단기술 산업을 발전시킴으로써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메커니즘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까지의 인구정책은 출산율 증가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정책과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일자리 전환 교육, 이민정책 등 경제적 보완 정책을 혼합하는 방식이었다. 정부의 비상대응책은 이러한 정책의 내용 및 실행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국내 차원에 머문다.
한국은 국민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므로 인구정책을 수립할 때 국외정책을 포함함으로써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긴밀한 무역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 중에서 풍부한 젊은 인구를 보유한 국가와 경제인구통계를 연결해 산업·통상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한국-아세안 FTA를 이러한 관점에서 재평가하고 업그레이드한다면 지적역량 감소를 보강하는 수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도 이러한 관점을 반영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통일정책의 혁신이 필요하다. 군사적 긴장도를 높이는 대결 정책은 젊은 인구를 비생산적 소모적인 국방 분야에 과도하게 종사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지적역량을 위축시킨다. 북한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저출산 및 고령화 과정을 겪고 있고 더욱이 남한의 2배가 넘는 젊은 청년들이 10년 동안 복무하고 있다. 상호 군인력 감소 및 북한의 유휴 인력을 활용하는 투자 협력 제안은 호상 간에 매력적일 수 있다.
최근 북한이 남한을 ‘대한민국’이라고 호칭하는 것은 양면성이 있다. 현재는 ‘적대감’의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남한도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정식 호칭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추진한다면 ‘상호존중’의 표현이 될 수 있다. 이는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본 실패한 통일정책을 탈피하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를 기초로 한 새로운 차원의 ‘통합’ 정책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할 것이다.
국내외 경제인구통계 연결하는 거시적 포괄적 접근법으로 대응해야
지난 수십년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초저출산율 기록을 매년 경신하고 있는 것은 저출산의 원인 파악 또는 처방이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효과를 득하기에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함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국내외 경제인구통계를 연결하는 거시적 포괄적 접근법은 국민의 지적역량의 감소를 크게 완화 또는 보강할 수 있다. 이것은 비상사태라는 인식이 초래하는 심리적 압박감을 극복하고 단기적 대증적 처방에서 벗어나 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인구감소 문제에 대응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임종식 지경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