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토론 패배에 공화당 ‘실망’
유고브 “해리스 43%-트럼프 28%” … 의원들 “대선승리 길 좁아져, 좋지 않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이날 아침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3%가 해리스가 승리했다고 답했고, 28%는 트럼프가 이겼다고 답했다. 나머지 30%는 누가 승리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 조사 전체 응답자의 41%는 TV 토론을 전체 또는 대부분 시청했다고 답했고, 22%는 일부만 시청했다고 답했다. 시청하지 않은 응답자는 34%가량이다.
앞서 CNN방송이 여론조사회사 SSRS에 의뢰해 전날 밤 토론 직후 실시한 문자메시지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토론을 시청한 등록유권자 6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해리스가 승리했다고 답했고, 트럼프의 승리란 응답은 37%였다.
CNN은 토론에서 패배 평가를 받았던 2016년의 트럼프와 2004년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토론에서 승리한 후보가 항상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은 “그냥 슬프다”며 “해리스는 어떻게 하면 트럼프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가 (바이든 대통령과) 첫 토론 때처럼 더 차분하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전반적으로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승리를 향한) 길이 막 매우 좁아졌다.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하원의원은 많은 공화당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서 메시지에 집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많은 이들은 그가 집중력을 유지하거나 강력한 한방을 날리지 못했다는 데 실망했다. (판세가) 많이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토론은 아니었다”고 견해를 제시했다.
세 번째 하원의원은 토론 중간 더힐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지금까지 기회를 많이 놓쳤다”며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하원의원은 “트럼프는 집중하지 못했고 해리스의 실정을 공격할 기회를 놓쳤다”며 “경제, 이민, 외교에서 설득력 있게 주장했지만, 때때로 일관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토론 후 스핀룸에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의 공격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는 모습이 답답한 나머지 “난 고함과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토론 준비팀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해 토론 패배가 결국은 트럼프의 잘못임을 시사했다.
폴리티코는 공화당 인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서 승리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으며 언론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톰 코튼 하원의원은 기자들에게 “3대 1의 대결이었다. 그들(진행자)은 계속해서 도널드 트럼프에 이른바 팩트체크를 했고 카멀라 해리스에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오랜 고문이자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일원인 데이비드 보시는 “두명의 진행자가 해리스 캠페인의 요원으로 행동했다”면서 “그들이 오로지 한 명의 후보만 팩트체크했다는 게 터무니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ABC뉴스가 “매우 부정직했다”며 언론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ABC와 비교하면 CNN이 공정하고 “명예로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 완승한 토론을 주관했는데 당시 진행자는 즉석에서 팩트체크를 전혀 하지 않았다.
반면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 참패에 충격을 받았던 민주당은 해리스 부통령의 선전에 매우 고무된 분위기다.
한 민주당 하원의원은 “아마 내가 본 가장 일방적인 토론 승리였다”며 “트럼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불안정하고 알아들을 수 없었고, 해리스는 침착하고 단단했으며 완벽했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도 “그녀가 자랑스럽고 그녀를 지지한다”며 “그녀는 합리적이고 그(트럼프)는 제정신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