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침체에 국제유가 ‘휘청’
상반기 수요 증가세 크게 둔화
전기차 사용 전환도 큰 영향
2025년 ‘과잉 생산’ 가능성
글로벌 석유 소비 시장의 주요 축인 중국의 경기 침체로 인해 상반기 국제 유가가 크게 하락했다.
12일 블룸버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인용해 중국 경제가 냉각되면서 세계 석유 수요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돼 가격이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IEA의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석유 소비량은 2023년 같은 기간의 1/3에 불과한 일평균 80만배럴 증가에 그쳤다. 이는 2020년 팬데믹 기간 동안 석유 수요가 급감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파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전기 자동차가 교통 시스템에 침투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과 미국 두 나라의 데이터에 대한 우려로 11일 런던선물거래소에서 원유 가격은 2021년 말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이하로 폭락했다.
리비아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동맹의 공급 제한이 장기화됐지만 유가 하락을 막는 데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OPEC+가 중단된 공급을 점진적으로 복구하려는 계획을 포기하더라도 매분기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내년 전망은 더욱 어두운 상황이다.
IEA는 10년 이내에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세가 멈출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비롤 사무총장은 현재의 둔화는 ‘정점이 다가오고 있을 수 있다’는 IEA의 전망을 재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수요는 7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다른 국가의 석유 사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의 석유 수입은 소비자 신뢰 약화로 인한 경기 침체로 약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7월 중국 석유 소비량은 일평균 28만배럴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 12개월 동안 일평균 약 100만배럴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올해 전체로는 일평균 18만배럴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IEA는 세계 석유 수요에 대한 예측을 크게 바꾸지 않고 올해 일평균 90만배럴, 내년은 일평균 95만배럴, 즉 1% 미만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각각 130만배럴과 150만배럴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JP모건과 씨티그룹의 예측보다 낮은 수치다.
중국 소비에 대한 IEA의 부정적 전망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 비톨그룹 최고경영자 러셀 하디는 중국 내 차량 이용이 전기 자동차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나 내년에 중국의 휘발유 소비가 증가세를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요 감소는 OPEC과 그 동맹국들에게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23개국 그룹은 다음 달 초부터 하루 220만배럴의 유휴 생산량을 천천히 되살릴 계획이었지만 12월까지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OPEC+의 가격 지지 노력으로 혜택을 본 경쟁 산유국들은 카르텔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IEA에 따르면 비OPEC+의 생산량은 올해와 내년에 하루 150만배럴 늘어 세계 석유 수요 증가율을 50% 이상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증가는 미국, 브라질, 캐나다, 가이아나가 주도하고 있다.
IEA에 따르면 OPEC+가 내년에 하루 220만배럴을 회복하는 계획을 전면 취소하더라도 공급 과잉을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IEA는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는 한 비OPEC+의 공급이 전체 수요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OPEC+가 추가 억제 조치를 유지하더라도 상당한 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