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전면전 우려 고조

2024-09-19 13:00:05 게재

통신수단 대량폭발에 ‘저항의 축’ 격앙 … 미는 확전 경계, 유엔은 “국제법 위반”

18일 레바논 동부 바알벡의 한 주택에서 폭발한 무전기(워키토키) 잔해들의 모습. AP=연합뉴스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가 이틀간 동시다발로 폭발해 3000여명의 사상자가 나오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헤즈볼라와 공격을 주고받아온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면서 헤즈볼라가 보복을 예고하고 중동 내 반이스라엘 세력인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맹비난하면서 가자 전쟁의 확전 가능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협상을 중재해 온 미국의 행보가 다시 벽에 부딪히는 모양새다.

헤즈볼라와 이란은 이번 사건을 이스라엘의 테러라고 주장하며 보복을 거론했다.

헤즈볼라는 1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전과 같이 가자지구를 지원하는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는 화요일(17일) 레바논 국민을 학살한 적에 대한 가혹한 대응과는 별개다. 대가를 치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 대변인 파테메 모하제라니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테러는 증오와 혐오를 불러일으킨다”며 “레바논 시민들을 죽고 다치게 만든 무선기기 폭발 사건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레바논 시민을 표적으로 삼은 시온주의자의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타국 영토 내에서 이뤄지는 군사작전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NCND)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신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를 향해 군사작전 강도를 더 끌어올릴 것임을 시사해 확전 우려를 키웠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성명에서 레바논 폭발 사건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이미 말했듯 우리는 북부 주민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 보내겠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레바논에서 가까운 라맛다비드 공군기지를 찾아 “무게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우리는 병력과 자원, 에너지를 북쪽으로 돌려놓고 있다”면서 “나는 이 전쟁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됐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이에 적응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어제나 오늘 사건에 관여되지 않았다”며 중동 확전을 원치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18일 브리핑에서 레바논 폭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로부터 레바논에서 추가 공격이 있을 것이란 사전 경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스라엘이 해당 공격에서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처음부터 말한 대로 이스라엘은 자위권이 있다”면서도 “이를 어떻게 하느냐는 우리에게 중요하며 우리는 이스라엘과 적절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확대되는 것을 어느 정도나 우려하느냐는 질문 등에 “우리는 전쟁이 끝나는 것을 보길 원한다”면서 “처음부터 우리가 한 모든 일은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레바논 근처에서는 외교적으로 나아갈 경로가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가자지구에서의) 휴전과 인질 구출을 위한 협상이 여전히 최선의 결과라는 것도 믿고 있다. 우리는 이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배후로 지목된 레바논 삐삐 폭발 사건 등이 휴전 협상에 미칠 영향을 묻는 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안타깝게도 일주일 전과 비교해 지금 휴전 협상에 더 가까워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종류의 확전도 원치 않으며 우리는 이 위기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 추가적인 군사적 작전이라고 전혀 믿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레바논에서 또 다른 전선이 생기는 것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 외교라는 것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민간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을 규탄하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노력했다.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레바논에서의 극적인 긴장 고조에 대한 심각한 위험을 가리킨다”며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폭발 사건은 충격적이며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민간인과 무장단체 구성원을 구분하지 않고 다수의 사람을 공격한 것으로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을 어긴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을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갈등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즉각적 조처를 하고 민간인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레바논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과 관련해 오는 20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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