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배웠는데 두번째 일자리 생겼다

2024-09-19 13:00:02 게재

서대문구 ‘청년 창업 체험교육’

지역사회 내 관계망 형성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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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가 ‘동화책 심리상담’을 비롯해 청년들이 건강한 취미생활을 하면서 희망하는 경우 창업까지 연결시키도록 돕는 체험교육을 진행했다. 사진 서대문구 제공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푸트름 교육연구소. 20·30대 청년 10여명이 둘씩 짝을 지어 ‘거절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지혜롭게 거절하는 방법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는 강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말이 더뎌지고 웃음을 참지 못한다.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가 모아진다. 동화책을 매개로 한 심리상담을 배우는 이들이다. 그림책 치유 활동가를 비롯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등이 자신의 일을 한단계 발전시키기 위해 모였다.

19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구는 청년들이 취미생활을 직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체험교육을 준비했다. 일반적인 창업교육과 달리 하루 혹은 1주일 가량 각종 체험을 하고 희망하는 경우 소규모·소자본 창업을 하도록 돕는 ‘청년창업 체험교육’이다. 건강한 취미생활을 하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청년층이 선호하는 창업 분야를 찾도록 한다는 취지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20·30대 가운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업을 하거나 창업을 해 두번째 직업을 갖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가급적 지역 내 자원을 발굴해 교육 과정에서 청년들이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사회참여를 촉진시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동화책 심리상담’은 그림이 곁들여진 동화책을 읽으며 감정을 분석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다스리는 법을 깨치도록 돕는 활동가를 위한 과정이다. 연령과 성별을 떠나 누구에게나 접목할 수 있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 비용을 내야 하는 강좌를 청년들은 단돈 2000원에 수강할 수 있다.

심리상담 외에 은반지 공예와 도자기 공방, 막걸리 양조, 컴퓨터 자수 등 지난달 17일부터 시작한 강좌는 지난 11일까지 이어졌다. 북가좌동 주민인 30대 성 모씨는 “두번 수강을 못해 너무 아쉬울 정도”라며 “현재 그림책 치유 활동가들과 함께 감정치유 연구모임을 하면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데 동화책으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혼술 요가’ ‘반려동물 수제 간식교실’ ‘목공 공방’ 등 9개 과정을 진행했는데 총 153명이 참여했다. 과정이 마무리된 후 만족도를 물었는데 5점 만점에 평균 4.6~5점을 줄 정도로 높게 나왔다. 구는 “강좌 도중에 자연스럽게 정보를 교환하고 창업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서로 배워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취미를 창업으로 발전시킨 경우도 있다. 홍제동 주민 박진희(35)씨도 그 중 하나다. 프랑스 자수를 배웠던 그는 지난해 컴퓨터 자수 강좌를 들은 뒤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12월까지 강좌를 들은 뒤 올해 2월 사업자등록을 했고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강좌에서 보조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박씨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기 때문에 불안정한 느낌이 있어 좋아하는 일로 부업을 해보자고 도전했다”며 “다른 강좌도 들으면서 영역을 확대할 수 있겠다 싶다”고 말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취미를 바탕으로 하는 창업은 자아실현과 경제활동 모두를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면서 “청년들의 다양한 관심사가 창업의 밑바탕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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