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30개월 만에 0.50%p 금리인하…추가 인하 폭·횟수 주목
실업률 4.4%로↑, 경제성장률 2.0%로↓
“노동시장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 반영”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2022년 3월 금리인상에 나선 지 30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0.50%p 큰 폭의 인하다. 미국이 ‘고금리 장기화’를 마무리하고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11월 대선을 앞두고 인플레이션 진정과 노동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연착륙에 성공할지 관심을 가지며 시장은 추가 인하 폭과 횟수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 연착륙 위한 선제적 대응 = 미 연준은 18일(현지시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상단을 기존 5.5%에서 5.0%로 0.50%p 인하했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 해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얻었다”면서 “고용 및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따른 위험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실업률의 고통스러운 상승 없이 가격 안정성을 복원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번 금리 인하는 이러한 연착륙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7월 실업률이 4.3%로 상승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웠고 일각에서는 8월 긴급 금리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8월 실업률은 4.2%로 내려갔지만 비농업 고용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고 6~7월 고용 증가 폭도 대폭 하향 조정되면서 시장 우려가 이어진 바 있다. 연준은 이날 경제전망을 통해 연말 실업률 전망치를 기존 4%에서 4.4%로 상향, 실업률이 향후 소폭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고용시장의 하방 위험이 늘어났다”면서도 4% 초반대 실업률은 여전히 건강한 수준이며 연준의 금리 인하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수치상으로 미국 경제가 대체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 속에 이번 금리 인하 직전까지 인하 폭을 두고 0.25%p와 0.50%p 견해가 박빙을 이뤘는데, 연준이 예방적으로 빅컷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회의는 노동시장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준 성명서에는 고용 증가 속도가 느려졌고, 물가안정에 대한 더 큰 신뢰(greater confidence)를 얻었다는 문구가 등장했다.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2024년 4분기의 GDP 성장률 전망이 소폭 하향 조정(2.1%→2.0%)됐다. 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전망이 2.6%에서 2.3%로 3월 전망치를 밑돈 반면, 실업률 전망은 4.0%에서 4.4%로 대폭 상향 조정되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24~25년 실업률 전망을 4.4%로 비교적 타이트하게 제시한 것은 노동시장 안정에 대한 연준의 강한 의지가 투영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 2% 물가 목표 달성 위해 노동시장이 여기서 추가적으로 약화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파월의장 답변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노동시장이 뚜렷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빅컷 인하는 옳은 조치였다”며 “경제가 정말 연착륙으로 가고 있다면 실업률은 연준 예상대로 4.4%로 안정될 것이며, 이번 조치로 그럴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다.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딘 베이커는 “연준이 노동시장 약화를 인정하고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대응한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을 더 부양하는 것은 대체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리 실기론 막기 위한 대응 = 시장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최근 미국 금융시스템에 경고 신호가 없다면서 “위험들이 있지만 (강한 성장을 유지하면서) 지금처럼 유의미하게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놀랍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를 앞두고 연준이 이미 금리 인하 적기를 놓쳤고 미국 경제가 침체 상황이라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우리는 이미 침체 상태에 있다"며 "대단히 많은 해고 발표가 보이고 이는 연준이 긴축 정책을 너무 오래 유지한 만큼 ‘낙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통화정책 실기 논란을 피하고자 하는 생각도 빅 컷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로 분석된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실기 논란이 다소 가라앉았지만 이미 일부에서 7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했었다는 실기 논란이 있고 이번에 베이비 컷을 했다면 실기 논란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며 “빅 컷을 서둘러 함으로써 실기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대선 직후 개최되는 회의에서 빅컷을 하기보다 이번에 조기에 빅컷을 하는 것이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 있음도 실기 논란 일축과 함께 미 연준의 독립성 측면에서도 유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