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스리랑카 2년만에 대선 치른다
대통령-야당총재 2명
‘경제살리기’ 3파전
지난 2022년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던 스리랑카가 오는 21일(현지시간) 2년여만에 첫 대통령 선거를 실시한다.
1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대선일 투표는 유권자 1700만여명을 대상으로 전국 1만3000여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결과는 이르면 선거 당일 밤 또는 다음 날 오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임기 5년 대통령을 뽑는 스리랑카 대선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는 총 38명으로 지난 8월 이후 열띤 유세전을 벌여왔지만 유력 후보는 3인으로 정리되는 판세다.
무소속으로 나선 라닐 위크레메싱게(75) 현 대통령,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SJB) 사지트 프레마다사(57) 총재, 좌파성향 야당인 인민해방전선(JVP) 아누라 디사나야케(55) 총재의 3파전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2019년 11월 대선 승리로 취임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잔여임기를 채운 인물이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정책 실패로 지난 2022년 5월 국가부도(채무불이행)를 선언한 뒤 시위대에 쫓겨 외국으로 피신하면서 위크레메싱게를 총리로 임명했다. 위크레메싱게는 그해 7월 정치 명문 라자팍사 가문이 이끄는 여당 스리랑카인민전선(SLPP) 소속 의원들의 지지를 업고 국회에서 대통령에 선출됐다.
이번 대선 화두는 국가부도 상황임을 고려해 ‘경제난 해소’에 맞춰져 있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지난해 29억달러(약 4조원) 지원을 확보하고 채무 재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요구에 따라 증세와 에너지 보조금 폐지 등 긴축정책을 펼쳤다. 이에 경기가 차츰 되살아나, 스리랑카는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이 전망된다.
위크레메싱게는 이를 치적으로 내세우며 자신의 정책을 계속 이어가게 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긴축 정책에 대한 국민 불만도 커서, 대선이 경제 정책에 대한 심판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기류를 방증하듯, 프레마다사 SJB 총재와 디사나야케 JVP 총재는 IMF와 재협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현 정부 경제 정책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아버지가 대통령 재임 도중 암살된 불행한 가족사를 가진 프레마다사 총재는 직전 대선에 출마해 2위를 한 바 있다. 그가 이끄는 SJB는 또 다른 정치명문가 출신인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국민당(UNP)에서 떨어져 나온 정당이다.
서민 가문 출신인 디사나야케 총재는 대학생 시절부터 JVP에 가입해 활동해왔으며, 직전 대선에서는 현격히 처진 3위에 그쳤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