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보복”에 미·영, 자제 촉구
이스라엘, 레바논 남부 50회 이상 공습 … 미, 확전 우려 “갈등 고조 안돼”
이스라엘이 전투기를 동원해 19일(현지시간) 남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습은 양측이 1년 가까이 이어진 충돌 중 가장 강력한 수위였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전면전 우려가 치솟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은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백악관은 외교적 해결이 시급하며 가능한 상태라고 강조했고, 영국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했다.
백악관 대변인 카린 장 피에르는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잠재적 확전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갈등을 고조시킴으로써 통제 불능의 전쟁 상태로 빠져드는 일을 피할 것을 모든 당사자에게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고,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도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공격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 역내 확전을 경계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최근 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동시다발 폭발 사건에 대해 레바논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공격 이후 이어졌다. 통신수단 폭발로 37명이 사망하고 약 3000명이 부상당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수천개의 호출기가 동시에 목표가 되었으며, 일부 폭발은 병원, 약국, 시장 등에서 발생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많은 민간인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19일 밤 이스라엘 군은 남부 레바논에 위치한 다수의 로켓 발사기를 목표로 2시간 동안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레바논의 국영 뉴스 통신사 NNA에 따르면, 이날 밤 9시 이후 남부 레바논 전역에서 52회 이상의 공격이 발생했으며, 이는 지난해 10월 갈등이 시작된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 하루 동안 남부 레바논에서 약 100개의 로켓 발사기와 기타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17~18일 발생한 삐삐·무전기 폭발이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면서 “이스라엘의 공격은 전쟁 범죄 혹은 전쟁 선포로 간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폭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조사 중이라면서 “우리는 엄청나고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적들은 그들이 기대하거나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가혹하고 공정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유엔 안보리는 20일 이번 사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안보리에 이스라엘의 “침략”과 “기술 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단호한 입장을 요구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19일 군 지휘부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쟁의 새로운 국면에서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면서 “헤즈볼라는 쫓기는 기분이 들 것이며, 우리의 군사작전 절차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헤즈볼라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 이스라엘 북부에서 두 명의 병사가 전투 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후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후 양측은 지속적으로 교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양측 모두 국경 지역 주민 수만 명을 대피시킨 상태다.
나스랄라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이 남부 레바논에 진입하기를 원한다면서, 이는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에게 “역사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호세인 살라미는 이날 나스랄라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으로부터 결정적인 반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도 목소리를 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나스랄라에게 서신을 보내 “곧 저항 전선의 압도적인 대응으로 잔인하고 범죄적인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이끄는 헤즈볼라,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 정부군, 이라크 민병대 등 반서방·반이스라엘 성향의 중동 무장세력들이 연대할 수 있다는 위협성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