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경제와 증시의 안정적 성장 방안

2024-09-20 13:00:00 게재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가 2024년 하반기 현재까지도 우리 경제와 증시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확장에 따라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우리나라의 간판 수출 제조업체와 관련 기업들은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 기업들은 장기간 불황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작년 동월대비 소매판매증가율은 지난해 여름 이후 한달을 제외하고 거의 1년째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 소비 불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 이후 전년 동기대비 설비투자증가율은 소폭의 마이너스와 플러스를 반복하며 정체된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소비와 투자의 역성장으로 2022년 4분기 이후 1년 반 만에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증시에서도 같은 모습이 관찰된다. 우리 증시는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 중 하위권의 성적을 보이고 있고, 특히 내수 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코스닥 시장은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내수와 수출 양극화, 증시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

문제는 상황을 타개할 정책 수단도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총지출 증가율을 3.2% 수준으로 맞췄는데, 고강도 긴축은 아니지만 확장 재정정책으로 보기도 어려운 수치다. 국가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 올해 상반기 성장률 수치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 나아가 재정정책이 갖는 구축효과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의사결정이겠지만 적어도 내년 중 정부 지출의 성장 기여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역시 큼지막한 제약 조건, 즉 부동산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때문에 내수 회복에 필요한 통화완화 정책을 꺼리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의 제약 조건으로 작용하는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우리나라의 중립 기준금리가 이러한 요인들을 반영하지 않은 수준보다 높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려가고 있는 잠재성장률과 불황을 거듭하고 있는 내수 상황, 그리고 50bp라는 '빅컷'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감안할 때 분명 긴축적으로 볼 만한 정책기조다.

물론 남아 있는 올해 4분기와 내년 우리 경제를 지나치게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 적절한 여건이 갖춰질 경우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 우선 미국의 경우 최근 나타나고 있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제 경기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금은 대선 결과와 통화정책 등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 기업들이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과거 경험상 대선 이후에는 투자가 다시 살아나고 연준도 경기 연착륙을 위한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정적인 글로벌 경제성장 하에서 우리 수출도 현재의 안정적 성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의 성장은 결국 수출의존적 성장의 연장을 의미한다. 수출 증대가 국내 소비와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지난 몇년 간의 경험과 구조적 요인, 여기에 제약을 반영한 긴축적 정책 기조까지 고려할 때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 지출의 성장 기여도가 높지 않고 보수적인 통화정책 하에서 가계 이자부담은 계속 소비를 제약할 것이고 급등한 생산요소 비용으로 인해 국내 투자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은의 통화완화 제약과 긴축적 정책 기조로 주가 부진 계속될 듯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수출 제조업체의 실적과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 상승하겠지만 내수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는 계속 부진한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즉 증시상승이 이어진다고 해도 주요국에 비해서는 약한 상승이 나타나고 수출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성도 큰 상대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로서는 답답한 일이다.

최석원 SK증권 경영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