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장중 75만원…“주가 변동성 확대”
전년대비 호실적·높은 주주환원율 목표주가 ↑
영풍·MBK 공개매수가격 상향 조정할지 주목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고려아연 주가가 장중 75만원까지 올랐다. 공매매수가격 66만원보다 9만원 높은 가격이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대주주 간의 갈등을 넘어 소액주주와 정치권, 지자체까지 가세하면서 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며 주가 변동성이 단기간 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풍과 한국기업투자홀딩스(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 조정하게 될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14면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고려아연 주가는 오전 9시 19분 현재 74만1000원으로 전일 대비 4.81% 오른 가격에서 거래 중이다. 6거래일째 상승 중인 고려아연 주가는 이미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66만원보다 8만1000원 더 높다.
증권가에서는 고려아연이 지난달 8일 중간배당 1만원과 자사주 매입 약 4000억원을 발표하고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상반기 실적을 공시한 이후 목표주가를 꾸준히 상향 조정해 왔다.
고려아연의 올 2분기 매출액은 연결기준 3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8%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687억원으로 72.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8.8%로 전년 동기대비 2.5%p 올랐다. 이에 메리츠증권은 고려아연의 목표주가를 기존 65만원에서 7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공정 합리화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 및 가동률 상승이 수익성 개선이 주요인일 것으로 판단한다”며 “특히, 주요 금속 중에서도 연의 계절적 강수요로 인해 하반기 판매량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의 높은 주주환원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고려아연은 2023년 배당성향 52% 시행하고 올해는 반기기준 배당성향(별도) 61%를 기록하는 등 중장기 총주주환원율 40% 이상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목표주가를 75만원으로 높였다. 그는 “제련본업이 양호한 가운데 2차전지 소재 사업이 개화되는 초기여서 투자 가치가 높은 상황에서 지분경쟁까지 더해져 주가 상승 탄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공개 매수 성공 여부에 대해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조(고려아연 측 34%, 영풍 33.1%, 국민연금 7.6%, 자사주 2.4%) 상 유통 가능 물량 23%에 불과한 상황에서 고려아연 주가는 단기간 내 강세가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공개 매수가 조정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개 매수가 이상에서도 주가 유지될 가능성 크다.
국내 1위 아연 및 연 제련의 국가 기간 산업의 성격을 감안해서 울산시를 포함한 정치권에서는 공개매수에 대한 반대 의견이 형성되고 있고 최윤범 회장 측도 대항 공개매수 혹은 추가 우호세력 확보를 통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기간 내 공개매수가 상향 여부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대응 전략에 따라 고려아연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전일 임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짰다”며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돕기 위한 ‘백기사’로 한국투자증권이 거론된 바 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증권사 입장에서 백기사 역할을 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MBK는 일단 공개매수의 성공을 자신하며 현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전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은 “MBK가 파악한 기관의 고려아연 평균 취득 단가는 45만원 이하”라며 “지금까지는 대부분 개인의 손바뀜이었고 기관투자가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이어서 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의 지분 최소 6.98%(144만 5036주)에서 최대 14.6%(302만 4881주)를 확보할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약 7%는 충분히 확보 가능한 물량이라 실패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