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어떻게 좀 해봐라”는 하소연에 답을
“이대로 가면 큰 일 나는 것 아니냐. 어떻게 좀 해봐라.” 추석 연휴를 보내고 온 여야 의원들이 가장 많이 들었다는 이야기다.
때마침 나온 대통령 지지도 20%(한국갤럽. 13일)를 놓고 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행적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랐다면서 ‘심리적 정권교체’를 언급했다.
여당 의원들은 ‘다수야당의 발목잡기’라면서도 ‘여사 문제’에 대한 여론에는 난감해하는 눈치다. 여당 한 최고위원은 “당원들도 여사 좀 다니시지 말라고까지 하더라”고 전했다. 특검법에 필리버스터를 포기한 이유가 짐작이 간다.
한국갤럽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4월 총선 이후 5개월째 20%대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권 견제세력의 압승 후에도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가 없었다는 뜻이다. 여권 안에서조차 위기라는 경고가 나오고,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좀 하라”는 원성이 나올 법하다. 대통령과 여권 수뇌부가 다시 만난다는데 이번에는 대통령이 마음을 바꿀까.
정치권이 국정방향을 놓고 ‘어떻게’를 호소할 때 국민들의 추석 밥상머리에서도 ‘어떻게 해보라’는 한탄이 터져나왔다.
잡채에 시금치가 들어가야 할 자리를 부추가 대신했다. 배추 한포기, 시금치 한단에 1만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잎이 꽤나 벌어졌어야 할 김장용 가을배추는 거의 모종 상태다. 더위를 못이겨 뿌리가 녹는 바람에 2~3번을 되심어야 했고, 덕분에 시중 종묘상에는 모종이 자취를 감췄다. 귀동냥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주말농부들도 가을농사 걱정을 달고 살 정도다.
벼멸구가 쓸고간 상처가 선명한 논이나, 수만마리 생선이 허연 배를 뒤집고 떠오른 양식장은 또 어떤가.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자치단체 초청으로 한국에 온 결혼이주여성 가족 이야기에 “이러다가 우리 청년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다.
압권은 ‘아프지 말자’는 추석인사다. 연휴 내내 병원 응급실 운영과 관련한 뉴스가 이어졌다. ‘배탈 나면 큰 일’이라며 손자 앞에 있던 차례음식을 서둘러 치우는 노파심에 ‘누가 먼저 고개를 숙여야 하느냐’는 논쟁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겠는가.
역대급 폭염, 후진적인 유통구조, 고령화 등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의정갈등의 여파가 묵혀뒀던 현안을 해결하는 진통이라는 정부의 입장도 그대로 수용한다고 치자.
안타깝게도 올해만으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다. 올해가 앞으로 올 여름 중에 가장 시원한(!) 날일지도 모른단다. 일시적이 아니라 반복되면 그때부터는 조정과 타협과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정치의 영역이다.
“내년에도 이러면 어떻게 하느냐. 어떻게 좀 해보라”는 막막한 하소연에 정치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이명환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