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쓰레기 정책, 성패가 갈린 이유
“단순하고 경제적인 규제, 철저한 점검이 핵심”
현장에서 작동되도록 하는 집행 역량 중요
예외 규정 없고, 제도 변경 없어 예측 가능
“뭐야, 우리나라에 이미 있는 정책인데?” “정책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더 나은데?”
최근 해외 선진 정책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취재를 나갈 때마다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우리나라보다 환경 정책이 우수한 나라들을 가보면 정작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되도록 하는 집행 역량이다.
2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의 논문 ‘미국에서 음식물쓰레기 매립 금지를 최초로 시행한 5개 주 중 매사추세츠주만이 폐기물을 줄였다’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를 제외한 다른 어떤 주에서도 해당 정책의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 매사추세츠주만이 점진적으로 음식물쓰레기를 13.2%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미국은 2014~2024년 9개 주에서 식료품점 체인과 같은 상업적 폐기물 발생업체가 음식물쓰레기를 매립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폐기물이 10~15% 감소할 걸로 기대했다.
이 수치들만 보면 음식물쓰레기 매립 금지 조치가 실패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논문에서는 다른 점에 더 중점을 뒀다. 왜 매사추세츠주만이 성공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규제 대상자들이 경제적으로 해당 정책을 준수할 수 있도록 했고 △단순하게 규제를 설계해 시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그리고 강력한 집행 의지와 실제 집행이 되는지 점검하는 체제의 확립이었다.
연구진들은 퇴비화 기반 시설 범위를 평가하기 위해 미국 36개 주 중 31개 주에 대한 위치 자료를 수집했다. 또한 △음식물쓰레기 발생원과 처리 시설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가까운지(밀도, 이용의 편의성) △일정 면적 내에 얼마나 많은 시설이 있는지 △시설이 처리할 수 있는 용량 등의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그 결과, 3가지 지표 모두에서 매사추세츠주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 예로 매사추세츠주의 밀도는 2번째로 높은 버몬트주보다 51% 높았다. 평균 수치와 비교했을 때는 284% 많았다.
또한 매사추세츠는 정책과 관련한 매개변수를 단순하게 유지한 게 특징이다. 정책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예외 조항이 없고 기준치 등 정책 집행 관련한 사항들이 자주 변경되지 않았다. 연구진들이 5개 주의 규제 정책을 분석한 결과, 매사추세츠주의 정책이 가장 단순했다. 그만큼 정책 이행자들의 이해도가 높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매사추세츠주는 미국의 다른 주들과 달리 해당 제도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 부담해야 하는 금전적인 비용 등 관련 제재가 철저하게 이행되도록 했다. 금전적인 벌금과 위반 통지 등에 대한 자료들을 수집하여 분석한 결과, 각 지표들에서 매사추세츠주가 가장 높은 값을 보였다.
실제 정책이 이행되고 있는지 집행에 대한 점검 역시 매사추세츠가 제일 많이 이뤄졌다. 반면, 다른 주들에서는 거의 집행이 되지 않았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